오픈런부터 폐장까지 북적…광화문 달군 ‘굿즈대첩’ [아트굿즈②]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0.04 07:53  수정 2025.10.04 07:53

9월 13~14일 제1회 '서울아트굿즈페스티벌' 개최

굿즈판매부터 공연·강연까지 풍성...2만여명 관객 참여

지난 9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정원 야외 공간에 50여개의 노란 부스들이 자리 잡았다. 공연기획사, 공연예술단체, 극장, 영화사, 전시기획사, 출판사, 독립예술서점 등이 국내 최초로 열린 ‘서울아트굿즈페스티벌 2025’에 참여하기 위해 굿즈와 이벤트를 준비해 관객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다.


현장에는 국립정동극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부터 EMK뮤지컬컴퍼니, 쇼노트, 신시컴퍼니, 쇼노트, 에이콤, 크레디아, 유니버설발레단 등 국내 대표 제작사 등이 함께 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와 전시, 출판·서점 부스 그리고 F&B 브랜드까지 더해졌다.


덕분에 개장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전부터 이미 현장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른 시간부터 세종문화회관 뒷마당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른바 ‘오픈런’ 현상은 이제 백화점 명품관이나 유명 맛집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트굿즈 페스티벌은 개장 전부터 그 뜨거운 시장의 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SNS를 통해 우연히 페스티벌 소식을 접했다는 김민영(21) 씨는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뮤지컬 제작사들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빡빡한 주말 일정에도 광화문을 찾았다”면서 “대부분의 굿즈가 공연장에서 구입할 때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좋았고, ‘멤피스 간판 마그넷’ 품절 대란이라 구매하지 못했던 상품을 다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제작사 MD 담당자는 “팬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다”면서 “실제로 각 부스에서는 그간 인기 있었지만, 판매가 중단됐던 굿즈를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다시 제작해 내놓기도 했다. 특히 NFC 키링 같은 상품은 내놓자마자 품절되는 등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한정판 굿즈가 품절될 때마다 부스 곳곳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며 ‘굿즈 대첩’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페스티벌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는 서로의 ‘득템’ 목록을 공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학생 이수현(22) 씨는 “굿즈를 사는 것도 즐겁지만,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즐거움을 느낀다”며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팬심과 열정을 서로 확인하고 지지하는 커뮤니티”라고 페스티벌의 의미를 설명했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특별 강연도 열렸다. 이날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클레어 역의 배우 박진주, ‘알라딘’ ‘위키드’ 등을 제작한 에스엔코의 신동원 대표, 싱어송라이터 요조가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스스로 10년 차 뮤지컬 팬이라고 소개한 김민지(29) 씨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팬이기도 하고, 여러 공연장을 돌며 모아야 했던 굿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대전에서 KTX를 타고 달려왔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손에는 구매할 굿즈 목록이 빼곡히 적힌 메모도 들려 있었다. 다만 “아직은 1회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참여사들이 많지 않고, 참여사 중에서도 이른바 ‘재고떨이’ 느낌이 짙은 곳도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폐장 시간이 가까워지자, 부스들에는 ‘매진’ 행렬이 이어졌고, 관람객들은 이벤트로 받은 대형 쇼핑백을 가득 채우고 만족감을 안고 자리를 떴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아트굿즈 페스티벌은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온 ‘굿즈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하나의 산업이자 축제로 공인받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2만여 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참여하고 활발한 소비가 이어지며 서울 대표 문화축제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향후 서울아트굿즈페스티벌이 새로운 아트 라이프스타일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도록 내년에는 더욱 확장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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