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대기 7년 9개월…심장 멎은 뒤 기증도 허용 추진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0.16 11:00  수정 2025.10.16 11:00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장기기증 문화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확대하고 연명의료 중단 뒤 심장이 멎은 환자의 장기기증을 허용하는 제도 도입에 나선다. 고령화로 이식 대기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체된 기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첫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이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제1차 장기·조직 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2026~2030년)’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개정된 ‘장기이식법’에 따라 처음 수립된 국가 단위의 종합계획이다. 뇌사자 기증에 의존하던 현행 체계를 공공 중심의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우선 장기기증 희망등록기관을 대폭 확대한다. 기존에는 병원과 민간단체 중심으로만 등록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주민센터·운전면허시험장·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 공공기관에서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 462곳인 등록기관을 2030년까지 904곳 이상으로 두 배 늘릴 계획이다.


또 뇌사 상태에서만 가능한 현행 기증 방식을 넘어 연명의료 중단 후 심장이 멎은 환자의 장기기증(DCD)을 허용하는 법제화도 추진한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이미 널리 시행 중인 제도다. 복지부는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을 병행해 제도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전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식 대기자는 5만4789명으로 5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 뇌사 기증자는 2023년 483명에서 2024년 397명으로 줄어드는 등 기증률은 정체 상태다. 신장이식 대기기간은 평균 7년 9개월에 이른다.


복지부는 기증자 예우 강화도 병행한다. 장례 지원과 화장·봉안당 비용 감면 등 기존 제도를 유지하면서 주요 의료기관과 지자체 로비에 ‘기억의 벽(기증자 현판)’을 설치하고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등 정서적·상징적 지원을 확대한다. 추모행사와 자조모임 지원도 늘린다.


특히 의료기관 지원체계를 정비한다.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통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뇌사 추정자 정보를 즉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기증 절차를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인력도 적정 시점에 배치한다. 장기이식센터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해 의료현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장기보다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인체조직 분야도 함께 손본다. 현재 인체조직의 80% 이상이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병원 조직은행 운영을 지원하고 국내 기증 활성화를 위한 홍보를 강화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삶의 마지막에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결심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국가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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