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백해룡 경정 서울동부지검 파견 지시
백해룡 "합동수사팀, 적법절차 거치지 않은 '불법단체'"
임은정 "의혹 산더미 묵묵히 파헤치는 팀원들 대견"
수사 지휘하는 임은정…베테랑 수사관 백해룡 사이 갈등 계속
이른바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수사와 관련해 서울동부지검 검경 합동수사팀을 이끄는 임은정 지검장과 새롭게 수사팀에 합류한 백해룡 경정 간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임 지검장에게 "백 경정 파견으로 수사팀을 보강해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이후 백 경정이 "합동 수사팀은 불법 단체"라며 "수사 의지가 없다"고 공개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임 지검장은 "합동 수사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고 맞받았다. 이처럼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사람의 갈등은 백 경정의 파견 직후부터 불거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4일 "백 경정은 수사외압·은폐 의혹의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다. 본인이 고발한 사건을 '셀프 수사' 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백 경정이 파견되면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백 경정은 "합수단(합동수사팀)은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단체'"라며 "합수단을 구성하도록 지휘한 검찰 지휘부, 경찰 지휘부 모두 마약게이트와 깊이 관련돼 있다"고 반발했다.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겠다는 동부지검 발표에 대해서는 "불법단체 합수단 20명이 굳건하게 버티고, 수사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4명을 받아 한쪽에 백해룡 수사팀을 붙여놓겠다는 것"이라며 "영장 청구권이 없는 백해룡의 손발을 모두 묶어버리는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임 지검장은 "수사의 정도를 지키며 거대한 의혹의 산더미를 묵묵히 파헤치고 단단하게 사실관계를 찾아가는 팀원들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했다"고 받아쳤다. 이어 "특검 등에서의 연이은 인력 차출로 수사팀 보강이 쉽지 않은 듯하고, 관련자 등 면면으로 우려와 기대 역시 많다"며 "공정성이나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겠다”고 부연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임 지검장은 지난 1974년 부산에서 출생, 남성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1년 제30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인천지검, 대구지검 경주지청, 부산지검, 광주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이어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를 거쳐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2021년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지냈다.
2012년에는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재심에서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성폭력 사건을 은폐 축소한 의혹이 있는 검찰 간부에 대해 감찰을 요청하고, 고소장 위조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전·현직 검찰 간부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 사건 위증교사 의혹 수사에 대한 감찰을 담당한 바 있다.
임 지검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로 발령됐고, 지난해 6월에는 대전지검으로 옮겨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를 맡아 근무하던 중 올해 7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임 지검장은 그동안 검찰 내부망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 인사와 정책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로 꼽힌다. 임 지검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실시한 국민추천제에서 법무부 장·차관,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백 경정은 1970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출생해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를 졸업하고 1998년 3월 순경 공채로 입직했다. 그는 1999년 7월 형사과에 지원해 발탁된 이후 계속 외근 형사로 재직하며 27년여간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수사관으로 평가받는다. 백 경정은 광명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과 마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구로경찰서 수사과장,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등의 보직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국무총리표창을, 2020년에는 대통령표창을 각각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재직 시절, 인천세관 마약 밀반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 의혹은 앞서 2023년 1월27일,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 두 명이 몸에 필로폰을 테이프로 감아 붙이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다 적발되며 불거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세관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출구를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다만 두 사람의 진술은 세관 직원의 안내 범위와 입국 절차 등에서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압수된 마약은 약 74kg, 시가 약 834억원 상당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세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려고 했지만, 당시 대통령실과 경찰, 관세청 수뇌부 등의 지시로 수사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백 경정은 지난해 8월 국회 청문회에서 "2023년 9월20일 김찬수 당시 영등포서장(총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총경은 "대통령실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연락받지 않았고, 대통령실에 사건 관련 보고를 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관세청 역시 마약 조직원들이 지목한 세관 직원 두 명 중 한 명은 당일 연가로 근무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해당 사건 시간대에 관련 동선을 출입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백 경정은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전보됐고, 서울경찰청은 백 경정에게 공보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백 경정은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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