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AI가 쓰는 진료 차트"…서울성모병원 '젠노트' 직접 보니 '신세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0.31 11:34  수정 2025.10.31 11:42

서울성모병원, AI 의무기록 솔루션 ‘젠노트’ 도입

의사-환자 대화 실시간 요약·정리…차트 초안 작성

정확도 검증은 과제…추후 수술·응급실 등 확대 적용

서울성모병원에서 퍼즐에이아이 관계자(오른쪽)가 교수에게 ‘젠노트’를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초음파로 확인해봤을 때 아기 머리는 아래로 잘 있고요, 몸무게는 3.1kg입니다. 전반적인 상태도 양호합니다”


산부인과 교수가 의사와 환자 역할을 오가며 대화를 이어가자, 모니터에 진료 차트 초안이 빠르게 채워졌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이 대화에서 필요한 정보만 골라 자동으로 차트를 구성한 결과다.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차세대 AI 의무기록 솔루션 ‘젠노트(CMC GenNote)’의 시범운영 현장을 체험해봤다. 서울성모병원은 29일부터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퍼즐에이아이와의 협업으로 젠노트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외래 일부 임상과에서 순차 도입되고 있으며 수술실, 응급실, 병동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젠노트를 체험해본 홍수빈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학용어를 AI가 잘 알아듣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의사와 환자의 역할을 혼자 해봤는데 남기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남겨주고, 중요한 멘트들만 기록해 놀라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젠노트.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 중 핵심을 바탕으로 차트 초안을 생성한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앞서 서울성모병원은 2019년 음성인식 AI를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시스템(Voice EMR)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외래·입원 등 모든 환자의 수술·시술·판독기록을 비롯한 전자의무기록과 호환·연동이 가능하며 음성 인식률은 한글·영문 혼합 시에도 95% 이상이다.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은 기존 Voice EMR을 한 단계 발전시킨 솔루션으로, 음성인식에 LLM을 접목한 것이 핵심이다. 의료진이 음성으로 서식을 불러내고 내용을 말하면 AI가 이를 자동으로 분석해 EMR 양식에 맞게 정리·입력한다.


현장에 함께한 젠노트 개발사 퍼즐에이아이 관계자가 ‘기록’과 ‘대화’ 서식을 상황에 맞게 선택한 후, 마이크에 대고 진단 소견을 말하니 AI가 자동으로 초진 차트를 생성했다. 각 과 특성에 맞게 서식을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등을 비롯해 내시경과 수술실에서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도록 한다는 이유에서다.


젠노트의 기록 모드. 진료차트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실제로 교수가 지정한 템플릿을 적용한 후 소견을 말하면, 해당 서식에 맞춰 차트 초안이 자동으로 생성됐다. 수술실에서는 별도로 제작된 마이크를 통해 수술 내용을 음성으로 기록하면, 그 내용이 연동된 PC나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다만 현장 분위기는 아직 ‘보조 도구’로 두고 쓰는 단계에 가깝다. LLM의 정확도 검증에 있어 의료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퍼즐에이아이 관계자는 “직접 입력하는 시간을 줄이고,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실시간으로 정리한다는 점이 강점”면서도 “정확도는 계속 검증·보완 중인 만큼, 보조 단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직접 손으로 입력하는 것과 말로 입력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실제로 써봐야 알 것 같다”며 “다만 타이핑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기능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시범운영은 지난 9월 ‘세대를 이어가는 혁신, 미래를 준비하는 병원’이라는 취임 일성으로 임기를 시작한 이지열 병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기록 작성 부담 경감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특히 최근 복귀한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 확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병원장은 “기술 개발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료진들에게 모니터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고 싶었다”며 “환자 만족도부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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