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작만 1805편…'역대 최대'
사람들이 한국 영화의 위기를 말하지만 서울독립영화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출품작은 1805편, 상영작은 127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왼쪽부터) 김동현 프로그램위원장, 모은영 집행위원장, 권해효 배우.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1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모은영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프로그램의 정상화와 확장, 그리고 연대의 방향으로 영화제를 준비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상영작과 출품작, 상금으로 더 많은 관객과 창작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모 집행위원장은 “앞으로는 한국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 독립영화와의 연대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특히 일본 독립영화의 현재를 살펴보는 특별 프로그램과 미야케 쇼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은 일본 독립영화의 제작·배급·극장 시스템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감독과 관계자들이 방한해 한국 창작자들과 교류한다”며 “두 나라의 독립영화가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는 총 1805편(장편 215편·단편 1590편)이 출품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공식 상영작은 127편(장편 43편·단편 84편)으로 확정됐으며 여성 창작자 비율은 출품작 46%, 상영작 51%로 나타났다.
김동현 프로그램위원장은 “영화의 위기를 말하지만 영화제의 위기는 그렇지 않다. 출품작과 상영작의 규모가 그것을 증명한다”며 “올해도 관객이 가득 찬 극장 풍경을 함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위원장 합류로 산업 프로그램을 다각화했다”며 “기획·개발 지원, 후반 작업, 제작 지원을 포함해 창작자와 배우가 협업하는 형태의 지원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독립영화 생태계 안에서 다른 역할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올해 신인 감독 발굴 섹션 ‘새로운선택’은 장편 부문으로 단일화됐다. 모 집행위원장은 “작년까지 장·단편을 함께 다뤘지만 이제는 장편으로 집중해 새로운 세대 감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단편 경쟁 부문은 상금과 상영 편수를 확대했다"며 “단편 창작자에 대한 응원과 배려도 함께 담았다”고 덧붙였다.
권해효 배우는 올해도 개막식 사회를 맡으며 자신이 직접 기획해온 ‘배우 프로젝트, 60초 독백 페스티벌’을 소개했다. 그는 “창작자들은 늘 새로운 배우를 원하고 배우는 새로운 감독과의 접점을 찾는다”며 “그 욕구를 영화제 기간에 본격적으로 펼쳐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지원자는 7757명으로 역대 최다이며 본선에는 24명이 올라 무대에서 독백을 선보인다. 권해효는 “올해도 잔치처럼 즐기고 싶다. 현장에서 관객과 감독이 함께 호흡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프로그램위원장은 “올해는 독립영화의 역사와 미래를 모두 담는 구성”이라며 ‘아카이브전’과 ‘인공지능(AI) 포럼’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아카이브전에서는 1980년대 제작된 다큐멘터리 '부활하는 산하', '전진하는 노동전사'와, 1998~1999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단편 5편이 복원 상영된다. 그는 “1980년대 정치적 격동기 속 독립영화가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려 했던 사례를 통해, 지금의 한국 영화가 무엇을 이어받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개막작은 '무관한 당신들에게'로, 한국 최초 여성감독 박남옥의 유일한 작품 '미망인'의 유실된 마지막 장면을 총 네 명의 감독이 각자의 시선으로 복원한 옴니버스 영화다. 영화는 '미망인:다시 맺음', '이신자', '무관한 당신들에게', '보이지 않는 얼굴(들)'로 이뤄져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작품을 소개했다. '보이지 않는 얼굴(들)'을 연출한 손구용 감독은 "박남옥 감독님과 그가 연모했던 배우 김신재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신자'를 연출한 이종수 감독은 "'미망인'의 결말 이후를 상상해 이어지는 인물 '이신자'의 서사를 새롭게 썼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작품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신자'에서 이신자 역을 맡은 황현빈은 “그 시대 여성들의 솔직한 열망과 용기,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저에게도 유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배우로서, 한 여성으로서 그 감정을 끌어낼 수 있어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11월 27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 CGV압구정과 청담씨네시티에서 9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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