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프라’ ‘검증된 흥행작’의 선순환이 이끈 공연계 변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1.06 12:52  수정 2025.11.06 12:52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장르’ ‘상위’ ‘지역’ 쏠림 현상 중 두 가지 부문에서 고무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여전히 뮤지컬과 대중음악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소수 상위 작품과 수도권에 집중되던 관객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25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액 상위 20개 공연에서 1위에 랭크된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현재 서울 공연을 마무리하고 부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에스앤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역 시장의 구조적 성장과 관객의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장르 쏠림 현상은 3분기에도 견고하게 유지됐다. 티켓 판매액 기준 상위 20위 작품을 분석한 결과, 대중음악이 12개, 뮤지컬이 7개를 차지했다. 서커스·마술이 1개 작품의 이름을 올렸을 뿐, 연극이나 클래식, 무용 등 타 장르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이는 공연 시장의 주류 소비층이 명확히 두 장르에 집중되어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업계에서는 높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뮤지컬과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대중음악 콘서트가 ‘확실한 티켓 파워’를 보장하는 만큼,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상업 공연 시장의 특성상 자본의 논리와 대중의 기호가 가장 두드러지게 반영되는 지점이다.


주목할 부분은 ‘상위 쏠림’의 완화다. 3분기 전체 티켓 판매액 중 상위 10개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증가한 수치지만, 지난 3개년(동일 분기) 중 가장 낮은 비율로, 상위 쏠림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상위 10개 작품의 힘이 약해졌다기보다, 그 외 작품들, 즉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작품들의 파이가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최상위권 뮤지컬과 콘서트의 티켓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발생한 ‘낙수효과’를 들었고, 두 번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의 관람 행태가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솟은 VIP석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일부 관객들은 그에 준하는 만족감을 주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차선책, 즉 검증된 중극장 규모의 작품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공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대작에만 몰리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공연을 찾아 나서는 ‘가치 소비’ 경향이 확산되면서, 상위 10위권 밖의 작품들이 꾸준히 관객을 확보하며 시장의 저변을 받치고 있는 것”이라며 “상위 쏠림의 완화는 시장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봤다.


이번 보고서에서 상위 쏠림의 완화만큼 눈에 띄는 대목은 ‘지역 쏠림’의 완화다. 물론 상위 20위 작품의 공연 지역을 보면 서울 7개, 경기 4개, 인천 2개로 여전히 수도권이 13개(65%)를 차지한다. 하지만 부산 4개, 대구 1개, 광주 1개, 대전 1개 등 비수도권 지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단순히 ‘지역 공연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이 현상이 가능했던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지역 인프라’와 ‘검증된 콘텐츠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선순환 구조를 이룬 결과라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성공적인 투어는 지역 관객의 신뢰를 쌓고, 이는 다음 투어의 흥행을 보장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부산에서 4개의 작품이 상위 20위에 오른 것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라 할 수 있다”면서 “여전히 장르 편중이라는 숙제가 남았지만, 시장의 허리가 두터워지고 지역 시장이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은 공연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잡힌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고 봤다.


그러면서 “추후엔 ‘서울에서 검증된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나 유명 대중음악 가수의 투어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기획·제작된 콘텐츠가 상위권에 오르는 사례가 나오는 진정한 지역 균형도 이뤄지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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