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주차장서 음주운전해도 면허취소 안 된다?…진실은 [디케의 눈물 35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11.19 02:27  수정 2025.11.19 02:27

아파트 단지 주차장 '도로' 여부, 관리 및 출입 통제 기준에 따라 달라져

차단기·경비 통제 있으면 행정처분 어려워…기존 판례와 동일한 판단

행정처분 어려워도 형사처벌 가능…2011년 법 개정으로 적용 범위 확대

음주운전 허용 의미 아냐…도로 여부는 안전·공개성 중심으로 판단해야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특정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어서 음주운전을 해도 면허취소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음주운전죄 적용 대상은 '도로법에서 정한 도로' 등으로 한정되는데, 주차장의 관리·이용 상황에 따라 도로 해당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입구가 차단기로 통제되고 외부 차량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었다면 도로로 보기 어려운 만큼 음주운전을 해도 행정처분은 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판결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취지의 판단은 아니라며 '도로'가 아닌 공간에서 운전행위는 형사처벌 요건과 별개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씨가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판결을 최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본격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A씨는 지난 2023년 6월 술에 취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부터 지상주차장까지 약 150m가량을 운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면허를 취소했고, A씨는 "단지 내부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다"며 취소처분에 불복했다.


1심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 내부 통로가 도로인지 여부는 규모·형태, 차단시설 설치 여부, 경비원 출입통제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가 외부 도로와 옹벽으로 분리돼 있고, 외부 차량 출입이 경비원에 의해 상시 통제되며 주차장 내 통로가 사실상 '주차용 동선'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유로 A씨가 운전한 장소는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공개된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데일리안 DB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시설의 용도나 명칭이 아니라 실제 관리·이용 상황에 따라 판단된다"며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로 외의 곳에서 음주운전한 경우 행정처분은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제44조, 제148조의2에 따르면 도로 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 형사 처벌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과거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죄 적용 대상을 '도로법에서 정한 도로' 등 특정 장소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등은 '도로'로 간주되지 않아 음주운전을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2011년 12월 도로교통법이 개정 된 이후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분리돼 적용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법원의 기준 정립이나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외부인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개방형 단지이거나 상가, 공영주차장 등 누구나 사용하는 공간은 도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차단기로 통제되고 외부 차량 출입이 제한된다면 도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해당 판결이 곧바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며 "법적으로 '도로'가 아닌 공간에서 운전행위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 요건과 별개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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