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BBC에 10억弗 손해배상 청구 경고…BBC회장 “판단오류 사과”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11 07:15  수정 2025.11.11 07:24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자신의 연설 내용을 의도적으로 짜깁기 편집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영국 BBC방송 측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10일(현지시간) BBC 측에 보낸 서한에서 “오는 14일까지 요구하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는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가 포함된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 요구 사항은 다큐멘터리 전면 철회 및 공식 사과, 트럼프 대통령이 입은 피해에 대한 적절한 금전적 배상 등이라고 NYT는 전했다. BBC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조치를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를 검토해 서한에 적절한 시기에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는 앞서 지난해 10월 방영한 시사 다큐멘터리 ‘트럼프, 두 번째 기회?’에서 2021년 ‘1·6 의회 폭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고 나는 당신들(지지자들)과 함께 있겠다”며 “죽을 힘을 다해 싸우자”고 말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지지자들이 미 의회를 점거하도록 트럼프가 부추긴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 간격으로 한 연설 중 특정 부분을 발췌해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BBC 편집 지침 및 기준위원회(EGSC) 위원을 지낸 마이클 프레스콧의 폭로 문건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하며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가 폭동을 선동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조작 편집이 이뤄졌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난 9일 팀 데이비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뉴스·시사 총책임자가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임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BBC 수뇌부가 내 훌륭한 1월6일 연설을 조작했다가 그만두거나 잘렸다”며 “이들은 대선 저울에 발을 대려 한 아주 부정직한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미르 샤 BBC 회장은 이날 영국 의회에서 BBC가 “연설이 편집된 방식이 (지지자들에게) 폭력적 행동을 직접 촉구했다는 인상을 줬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판단 오류에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 데이비(왼쪽)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오른쪽) 뉴스·시사 총책임자. ⓒ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샤 회장은 프레스콧의 메모와 관련해 BBC 이사회가 편향성 우려 제기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개별 실수와 잘못은 있더라도 체계적이거나 제도적으로 편향성이 있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BBC뉴스의 DNA와 문화는 공정성”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키어 스타머 총리는 BBC가 제도적으로 편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BBC에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BBC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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