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은 '국장급' 이상…공직사회 흔든 李정부 '계엄 가담' 색출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13 00:05  수정 2025.11.13 00:05

49개 전부처 대상 '내란 가담' 조사

野, '외압설' 국면전환 시도 의심

TF "일반 공무원 경직될 필요없어"

"술자리 '尹 좋다' 언급으로 조사 안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49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에 참여·협조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내부 조사에 착수한다. 야권에선 '편 가르기' 심화에 따른 공직 사회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직 사회도 대규모 조사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번 조사 대상은 권한을 가진 고위직(국장급 이상)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49개 기관 대상 '내란 가담' 여부 조사


12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이날부터 본격 가동된다. 대통령 직속 기관 및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이 조사 대상이며, 내년 2월 13일까지 조사를 바탕으로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TF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했고, 이 대통령이 호응하면서 추진됐다. 김 총리는 "12·3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거쳐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란 문제는 특검에 의존할 게 아니고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 같다"며 TF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 속에 출범한 TF는 정부 내 내란 청산을 통한 공식 사회 신뢰 회복 추진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12·3 비상계엄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에 대한 내부 조사를 통해 주요 책임자에 대해 인사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전체 중앙행정 기관 49개다. 특히 많은 의혹이 제기된 12개 기관을 집중 점검한다. 합동참모본부를 비롯해 검찰, 경찰, 총리실, 기재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안부, 문체부, 소방청·해경청이 대상이다.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를 집중 조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심문과 디지털 포렌식 등 종합적 조사가 실시된다. 특히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지만,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출에 비협조적일 경우 대기 발령 또는 직위해제 이후 수사 의뢰도 고려된다. '협조한 정도'에 따라 동일 행위로 적발되더라도 징계 수위에 차등을 줄 정도로 압박형 조사가 이뤄진다.


尹정부 요직 인사 차별 우려…TF "가담자 미조치에 이미 불만"


다만 조사 시점이 내년 초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벌어지는 탓에 여러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야권에선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에 있었거나 현재 이재명 정부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인사가 계엄 가담자로 몰려 인사상 불이익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사실상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만큼, '편 가르기' 싸움이 공직 사회에서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TF는 오히려 정기 인사를 앞두고 공직 사회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정 인사는 계엄에 가담했거나 의혹이 있는데 인사 조치를 받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조사를 거치지 않고 이들이 승진 대상에 오를 경우, 반발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TF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특정 인사가 (계엄에) 참여했다거나 의혹이 있다 등 내부적으로 말이 많고 제보도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권 5년 내내 반목을 안고 가는 것인데, 인사도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공개 범위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도 높은 조사 방식?…"내부감사 규정과 동일"


조사 방식을 두고서도 우려가 나온다.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만큼 '편 가르기' 싸움 일환으로 허위 제보가 나올 수 있고, 공무원의 PC 열람하거나 개인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등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TF는 조사 방식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통상적인 내부 감사 절차와 동일하고, 수사 기관처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 협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무원은 국가와 '특별 권력 관계'라 일반 고용 관계와 다르기 때문에 업무용 PC는 합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된 인사의 PC를 조사한 결과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는데 보여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심각한 경우 수사를 의뢰하거나, 다른 사람은 보여줬는데 해당 인사만 보여주지 않을 경우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리는 등 차등해서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 활용한 행위 문제 삼는 것…적어도 국장급 이상 해당"


정치권에선 실제 계엄에 가담한 공직자의 규모에도 의구심을 나타낸다. 현재 내란 특검 등 수사를 통해 드러난 연루 인사는 대부분 고위 공직자다. 현재 TF가 계획한 조사 대상인 중앙행정 기관 49개의 직원은 75만명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계엄에 가담한 인사는 소수로 판단되는 만큼, 야권의 '줄 세우기' 의심은 커지는 실정이다.


TF 역시 실제 가담자는 소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조사에 들어가야 구체적인 규모가 파악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담을 위해선 권한이 있어야 하는 만큼 '국장급' 이상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사무관들이 계엄 관련 문서를 지시에 따라 작성했다고 해도 처벌 대상에 들어가긴 어렵다고 설명한다.


특히 핵심 조사 대상은 계엄 가담 의혹이 제기된 안모 전 해경 기획조정관 정도의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안 전 조정관은 계엄 사태 당시 파출소 청사 방호를 위한 총기 휴대 검토와 계엄사령부 인력 파견 등을 주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핵심 조사 대상에 '해경'이 들어간 이유도 안 전 조정관 정도의 의혹을 가진 인사를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TF 관계자는 "일반 사무관은 계엄에 관여할 권한도 없고, 그렇다고 사석에서 술 먹으면서 '나는 윤석열이 좋다'고 언급한 것 가지고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순 가담인지도 모르고 일한 사람에게 징계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안 전 조정관처럼 해경 지휘부라는 공직 포지션을 활용한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적어도 국장 이상 정도 돼야 하는 만큼, 일반 공무원이 긴장하거나 경직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물갈이'라고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개인적으론 징계 규모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빨리 끝내고 털고 가자"…野 "위기 덮기 위한 물타기"


현재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담 책임을 묻지 않은 탓에 공직 사회는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경우, 계엄 가담자임에도 승진 명부에 포함된 탓에 내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인사 문제에 대해 다수 제보가 접수됐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만큼 TF를 조속히 발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불만이 계속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내란 행위만 한정해 끝내고 털고 가자는 것"이라는 기조에 따라 TF 추진 계획에도 '2026년 2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라는 문구가 명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권의 의심이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고, 특검도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 시점에 TF를 가동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이 대통령의 '외압설'이 정국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이슈 전환'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 퍼주기 관세 협상, 김현지 상왕 논란, 대장동 항소 포기가 불러온 정권 위기를 덮기 위한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는 정권의 불안감에서 나오는 초조함을 덮기 위해 국민을 겁박하고 공직사회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정권 교체의 원인인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의 참담한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헌법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이들이 정작 본인들이 아닌지 스스로 성찰하기 바란다"며 "지금은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때인데, 그 와중에 '내란 청산' 프레임을 꺼내 드는 것은 정치적 위기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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