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공정거래 제도 개선안 제출…“기업집단 규제 손봐야”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1.18 06:01  수정 2025.11.18 06:01

40년 된 동일인 제도, 법인 중심 재설계 해야

기업집단 동일인 형사 책임 완화도 필요해

한경협 표지석 ⓒ한경협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분야 제도 개선 과제 24건을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경협은 이번 건의서를 통해 ▲기업집단 규제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형벌체계 합리화, ▲산업-금융시너지 강화 등 공정거래법운영 상 주요 제도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자연인 제외하고, 법인 중심 동인일 지정해야”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을 정의할 때, 먼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을 정한 뒤, 동일인이 단독 또는 관련자(특수관계인)와 함께 거느린 계열사들을 기업집단으로 포함시킨다. 이때, ‘동일인’은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규정된다.


한경협은 1980년대 도입·유지된 현행 동일인 지정제도가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자연인을 제외하고 법인 중심으로 동일인을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의사결정도 개인이 아닌 법인 이사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가 기업 현실과 맞지 않다. 이에 한경협은 법인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한경협은 동일인 관련자(특수관계인)의 범위가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 까지이며, 요건에 따라 6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척도 포함될 수 있어 동일인의 실질적 지배와 무관한 친족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 것 역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계존비속·배우자 등 실질적 가족 중심으로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축소해 기업의 행정부담과 자료제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GDP 연동형으로 전환 필요”


현재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자산총액 기준은 2009년 설정된 것으로 이후 경제규모의 확대를 반영하지 못하며, 현실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약 78%가 규모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등 현행 기준은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집단까지 과도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2024년부터 GDP 연동 방식으로 지정기준이 매년 조정되고 있는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고정 금액을 유지하고 있어 제도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협은 공정위가 올해 초 업무 계획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의 GDP 연동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절대금액 방식의 현행 기준을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 기준’으로 조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일인 책임 완화 및 행정질서벌 중심 체계 전환”


현행 공정거래법은 공정위가 회사 또는 해당 회사의 특수관계인에게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실무적으로 회사가 아닌 동일인(자연인)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일인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특수관계인 자료까지 확인·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동일인이 친족의 개인 재산이나 투자 내역 등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료가 누락될 경우 그 법적 책임을 동일인이 부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한경협은 단순한 행정상 누락이나 착오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지정자료 제출의 법적 책임 주체를 ‘기업집단의 대표 법인’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라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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