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125조 투자 키워드는?…'AI+로보틱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1.17 15:30  수정 2025.11.17 15:31

내년부터 5년간 국내 125조 '사상 최대' 투자 발표

미래 신사업에만 50조5000억 쏟아…"경쟁력 강화"

서브에서 주력으로 떠오른 로봇…'AI'에 쏠리는 눈

'자동화' 넘어선 '자율화' 공장으로…생산혁신 가속화

HMGMA 차체 공장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차체를 검사하는 모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125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발표한 가운데 투자 분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을 발표한 AI(인공지능)를 앞세워 그간 서브 사업 중 하나였던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을 주력으로 앞세우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직전 5년(2021~2025년) 동안 국내 투자금액을 36조1000억원 가량 상회하는 것으로, 국내 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14일 한미 팩트시트 확정 이후 국내 생산 기반 확보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같은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미래 기술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에서는 앞서 단행했던 투자와 달리 'AI'를 전면에 앞세웠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차에 힘을 실어왔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투자 분야를 구체적으로 보면 ▲AI,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 50조5000억원 ▲R&D투자 38조5000억원 ▲경상투자 36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특히 주목되는 건 AI를 앞세우면서 그간 서브 사업으로 키워왔던 '로보틱스'가 메인 신사업 자리를 꿰찼다는 점이다. 이달 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 GPU 5만장을 확보한 가운데, 올해 본격적으로 꺼내든 로보틱스 사업과 결합해 생산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적자를 감수하고 미국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물밑에서 꾸준히 키워왔다.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그룹 차원의 누적 투자액만 15억달러(약 2조757억원)가 넘는다.


그간 조용했던 행보 끝에 최근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미국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공장 설립을 알렸고, 올 연말 미국 조지아 공장에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스마트공장을 통합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최근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차량 내 AI,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등 AI 역량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투자 발표를 통해 앞세운 AI와 로보틱스의 결합은 향후 현대차가 구상하는 생산 공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간 HMGICS(싱가포르 혁신센터)를 통해 테스트했던 '자동화' 시설을 넘어서 '자율형' 공장으로의 진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한 '피지컬 AI'의 도입이다.


피지컬 AI는 인간처럼 시각과 언어를 이해하고 물리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시각언어행동(VLA) 기반 AI 기술로, 로봇과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AI와 차이가 있다.


이같은 생산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람의 개입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품질 변동성이 감소하고, 생산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원가 절감 효과 역시 커진다.


로봇을 생산할 때 쓰이는 부품의 내재화도 알린 바 있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서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동작 제어 구동 장치인 액츄에이터 분야를 시작으로 센서와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등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바탕에는 불확실성이 짙어진 글로벌 시장 환경이 꼽힌다. 최근 한미 팩트시트 발표를 통해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한 상황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기존엔 0%였던 관세가 15%로 굳어진 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여전히 부담이 산재한 상황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자체적인 생산 효율화를 이뤄내고 원가 절감 방안을 찾을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아직까지 글로벌 주도권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은 자율주행, 미래차 시장에서 승기를 쥐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흥 중국 업체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기술력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추기 위해선 생산혁신이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 경쟁력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고도화된 스마트팩토리의 구축은 생산효율성 및 원가 혁신은 물론 노조리스크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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