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독자의 도서 접근권은 결국 ‘비용’ 문제…“국가가 지원해야” [‘장벽’ 없는 독서②]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1.19 14:21  수정 2025.11.19 14:21

“오디오북 시장 활성화 필요하지만…

시장 논리만으론 제작 힘든 현실”

배우 염정아, 고민시 등 스타들의 실감 나는 연기로 완성이 된 듣는 소설 ‘첫여름, 완주’는 그만큼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처음부터 시각장애인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듣는 소설’로 기획이 된 만큼, 책의 내용 또한 녹음하기에 ‘용이’했는데 여기에 ‘고퀄리티 연기’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는 오디오북이 된 셈이다.


이를 출간한 출판사 무제의 박정민 대표는 “시각장애인 독자를 우선으로 생각해 공을 들인 것은 맞지만, 동료 배우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나라서 가능한 것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베테랑 배우들로 구성해 ‘듣는 재미’를 배가하는 노력은 모든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시도는 아니다. 재능 기부 형식으로 제작이 된 만큼, 여느 오디오북과 제작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따지기 어렵지만, 박 대표는 “시간으로 보면, ‘첫 여름, 완주’는 6개월간 작업한 책이다. 보통의 오디오북은 몇 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 우리는 아무래도 스케줄 문제도 있고. 기간은 더 길었다”라고 말했다.


들어가는 품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출간된 책이 오디오북으로 제작되는 비율이 10% 미만인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박 대표 또한 “왜 안 만드냐고 물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출판사의 사정도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 보다 더 우선적인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지만, “다만 낭독 봉사의 경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오디오북 제작을 지원하는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렇듯 오디오북은 물론, 점자책과 텍스트와 음성을 결합하는 데이지도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큰글자 도서 등이 ‘대체 자료’로 마련돼 있지만, 결국에는 ‘비용’이 출판사 입장에서도 가장 큰 장벽이 된다.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큰글자책이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늘어나는 시니어 독자를 겨냥하는 한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출판 시장의 어려움 속 적극적인 시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에는 이러한 대체 자료 제작에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는 오디오북 시장 자체가 활성화가 돼 있지 않은 면이 있다. 라디오만 하더라도 장거리 운전이 필수인 미국 등에선 시장 규모가 더 크다”이라고 시장의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배경을 언급했는데, 결국 지원으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2년 국민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47.5%로 ‘낮다’는 평을 받지만, 장애인 독서율은 26%로 이보다 더욱 부족하다. 독서율 증가 필요성이 언급되는 요즘, 장애인들까지 함께 아우르는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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