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생물자원관, 거제도·가덕도 인근서 미기록종 ‘빨강밀어’ 확인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1.21 17:01  수정 2025.11.21 17:01

밀어속 어류 분류학적 혼란 해결 기대

국립호남생물자원관이 시민과학자와 함께 경남 거제도, 가덕도 연안에서 국내 미기록종 '빨강밀어(사진)'를 존재를 확인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관장 박진영)은 시민과학자와 협력해 경남 거제도와 가덕도 연안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빨강밀어’를 확인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국내 하천 및 연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밀어속 물고기의 유전다양성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시민들이 생물 관찰 사진을 공유하는 국제 플랫폼 iNaturalist에 올라온 사진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밀어와 달리 눈앞에서 코끝까지 두꺼운 빨간 줄무늬가 있는 개체가 관찰된 것이다.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형태와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물고기는 일본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빨강밀어(Rhinogobius brunneus)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종의 가장 뚜렷한 특징인 두꺼운 빨간 줄무늬를 반영해, 국명 ‘빨강밀어’로 제안했다.


‘Rhinogobius brunneus’라는 학명은 1845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처음 부여됐다. 원래 표본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정확한 특징 파악이 어려웠다. 나가사키 지역에는 외형이 유사한 밀어 3종이 동시에 서식하고 있어 종 동정에 혼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지역의 밀어들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R. brunneus’로 기록해 왔다.


2011년 일본 연구진 재검토 결과, 나가사키 지역 3종 중 ‘Rhinogobius sp. DA’로 불리던 종이 R. brunneus임이 밝혀졌다.


나머지 2종 중 1종은 R. nagoyae라는 정식 학명을 부여받았으며, 1종은 현재까지 미기재 상태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밀어속 물고기 여러 종을 구분하지 않고 ‘R. brunneus’로 불러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 학명은 빨강밀어에만 해당하며, 빨강밀어는 국내 남동부 일부 섬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빨강밀어의 확인은 오랫동안 지속한 밀어속 어류의 분류학적 혼란을 해결하고, 한국 연안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본 연구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주도하고 국립생물자원관, 일본 연구진이 협력해 수행한 결과다. 시민들의 관찰 기록이 전문 연구기관의 과학적 분석과 만나 학술적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섬과 연안 지역 생물의 유전다양성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도서지역은 지리적으로 고립돼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개체군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향후 시민 관찰 자료와 유전자 분석 기법을 활용해 국내 생물유전자원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 보전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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