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인터뷰
“근무시간 논쟁에 가려진 교육 공백…체계 마련해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2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전공의들이 바쁜 걸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수련 논의가 자꾸 ‘시간’ 문제로만 흐르는데, 전공의들이 원하는 건 ‘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배우는 것’입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23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공의 수련 환경 논의가 ‘근무시간 축소’만 부각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많이 배우기 위해 힘든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고도 정작 충분한 교육과 실제적인 기회를 얻지 못하는 구조가 수련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가 수술 집도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하거나, 반복되는 행정 업무로 인해 본질적인 배움에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평일에는 잠시의 짬을 내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한 회장을 일요일 오후 그의 근무지인 서울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만나 전공의 수련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을 들어봤다.
“미래 정책 논의, 젊은 세대 목소리 반영해야”
지난달 31일 대전협 회장으로 당선된 한 회장은 취임 한 달을 돌아보며 “개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수련 재개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당면 과제 중 첫째로 전공의 수련 체계의 질적 개선을 꼽았다. 전공의들에게 부과되는 행정 등 비(非)교육 업무가 계속 늘어나면서 본질적인 교육이 뒷순위로 밀려나는 현상이 고착됐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검체를 채취하기 위해 동의서를 받아야하고, 수술을 위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행정적인 범위가 많이 늘어났다”며 “일정 부분은 전공의도 할 줄 알아야겠지만, 반복 노동은 해당 분야 전문 직군에게 넘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가 배워야 할 술기·역량과 단순 반복 노동은 구분돼야 한다”며 “수련은 노동이 아니라 배움이 중심이 돼야 하며, 목표 기반의 체계적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대전협 집행부 차원에서 중점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젊은의사정책연구원’ 설립이다. 한 회장은 “젊은 의사들은 미래 의료를 책임질 세대이기 때문에 정책 논의에서 당사자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지역의사제처럼 젊은 세대와 직결되는 의제는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원은 향후 정책 제안과 연구까지 수행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전공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지역협의회와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제, 기본적인 교육환경 조성 필요”
한성존 당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8월 26일 서울역사 내 한 한식집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수련병원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서는 ‘방향성’을 문제로 짚었다. 수련 환경, 환자 경험, 지도 전문의 확보 등 기본적인 교육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를 배치하는 방식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수련 환경과 교육 인프라는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씨앗만 뿌리겠다는 것과 같다”며 “해당 지역에 충분한 전공의를 수련시킬 수 있는 환경들이 먼저 마련된 이후에 거기서 수련을 받고, 근무를 하고 지역 의사로서 뿌리를 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료정책 논의에서도 젊은 의사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5년 안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젊은 의사들의 참여가 10년, 20년, 30년 뒤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 회장은 기성세대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간의 의료 발전은 기성세대의 헌신으로 가능했다”면서도 “앞으로 지속 가능한 의료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젊은 세대가 중심에 서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젊은 의사들의 사회적 참여 폭을 넓히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한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정책 부분에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협의회 운영도 ‘회장 중심’이 아닌 ‘구성원 중심’으로 전환해 조직 역량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래 의료 논의에서는 미래 세대의 당사자성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평소에도 충분히 반영되는 의료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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