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신 존 리 홍콩 행정장관, 강력범죄 및 공안사범 단속 분야서 경력 쌓아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국면서 반정부 시위 무자비 진압하며 악명
빈과일보 폐간시키는 등 민주파 탄압 앞장선 공로 인정받아 서열 2위로 영전
행정장관 단독 출마해 94% 지지율로 당선…민주파 인사 탄압 탓 APEC 회의 참석 못 하기도
존 리 홍콩 행정장관ⓒAP/뉴시스
홍콩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고층 아파트 단지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28일 기준 94명으로 늘어나며 1948년 176명이 숨진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부상자는 화재 진화 작전에 투입된 소방관 11명을 포함해 76명인데, 이 중 12명이 위독한 상태고 28명도 크게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실종자는 약 279명으로 추정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홍콩 당국은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건설용 임시 가설물)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졌고, 다시 건물 창에 붙어있던 스티로폼에 옮겨져 화재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당국이 도시 전역의 대나무를 금속 비계로 단계적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1957년 당시 영국령 홍콩에서 출생한 리 장관은 대학을 졸업한 뒤 왕립 홍콩 경찰에 경위로 임관했다. 1977년 홍콩 경찰이 된 후 경무처 부처장, 보안국장 등을 거치며 치안·안보 업무를 담당했고, 행정관료 출신인 역대 행정장관들과는 다르게 45년 공직 생활 동안 강력범죄와 공안사범 단속 분야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국가보안법 사태 등 홍콩 민주화 운동 국면에서 각각 보안부국장(2012~2017년), 보안국장(2017~2021년)을 역임하며 반정부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악명을 떨쳤다. 2021년에는 빈과일보를 폐간시키는 등 민주파를 탄압하는 데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정무사장(총리격·서열 2위)으로 영전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22년 친중 진영이 선거위원회를 장악한 가운데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당시 캐리 람 전 장관이 연임 도전을 단념하자 단독 출마해 94%의 지지율로 제6대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리 장관은 취임 직후 개각을 단행해 캐리 람의 측근 대부분을 숙청한 뒤 자신의 사람들로 그 자리를 채웠다.
2023년 5월에는 직선 의원 수를 대폭 감축하는 내용의 구의회 선거 개편안을 발표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며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선출직 452석(94%), 당연직 27석 등 479석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개편안은 선출직을 88석으로 대폭 감축하고 대신 정부 임명직 179석, 친중 진영 2490명으로 구성된 지역 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이 선출하는 176석으로 구성하도록 바꿨다. 또 27석은 지역 대표들이 채우도록 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의석 중 약 19%만이 유권자에 의해 뽑히게 됐다.
미국은 민주파 인사 탄압을 이유로 2023년 11월 APEC 회의에 리 장관의 참석을 막기도 했다. 이에 리 장관은 2012년 렁춘잉 전 행정장관에 이어 2번째로 APEC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못하고 재무장관이 대신 참석했다.
다만 리 장관은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전임자인 캐리 람보다 양호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직후 코로나19 방역 정책 해제를 결정하고, 이에 맞춰 비자 정책도 발 빠르게 전환하면서 하강 국면이었던 홍콩 경제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 등에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