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시대, 고용 안전망 재편…“실업급여·직업훈련 병행해야” [인공지능과 노동 ②]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12.03 09:51  수정 2025.12.03 09:51

AI 기반 자동화 가속

비자발적 실업 위험↑

노동법·고용안전망 변화 요구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노동력 수요를 감소시키며 전례 없는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에 노출되면서 비자발적 실업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존 노동법과 고용 안전망은 이같은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경직 높으면 기업 경쟁력↓…유연성 오르면 노동자 불안↑


경영상 해고를 제한하는 기존 노동법 체계와 실업자 보호를 위한 고용 안전망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해고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면 AI 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해고를 쉽게 허용하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인공지능과 노동’ 녹서는 AI 전환으로 인해 고용을 상실하는 양상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는 AI로 인해 고도화된 자동화가 기존의 직무 자체를 대체해 발생하는 실업이다. 데이터 입력, 단순 사무, 기초적인 고객 응대 등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직무 등이다.


이 경우 실직자는 기존 노동시장 외부로 이동해야 하므로, 실업급여를 통한 안정적인 소득 보장과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이 효과적이다. 실직자가 새로운 분야로 전직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둘째로 AI로 인해 특정 일자리를 구성하던 직무의 방식이 변경돼 근로자의 기존 직업적 숙련이 진부화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코딩 보조 AI가 도입되면서 개발자의 단순 코드 작성 능력보다는 AI를 활용한 시스템 설계 능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곧바로 외부로 내보내기보다는, 기업 내에서 재교육을 통한 숙련 갱신을 우선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존 인력의 잠재적 가치를 활용하고 고용을 유지하며 기업 내부의 혁신 동력을 지키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 없이 AI 시대의 고용 위험을 실업급여 중심으로만 대응하거나, 반대로 직업훈련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고용 안전망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될 위험이 있다.


직무 자체가 사라지는 실업에는 소득 보장과 전직 지원을, 직무 구성 변화로 인한 숙련 진부화에는 기업 내 재교육 중심의 대응이 각각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법 및 고용정책 재편 요구


AI 기반 자동화 확대로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노동법과 고용정책 재편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모습이다.


먼저 해고 규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AI 도입을 이유로 한 인력 감축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할지 완화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경직적 해고 규제가 혁신 속도를 저해한다는 지적과, AI 전환기에는 오히려 해고 제한을 강화해 노동자의 대량 실업으로 인한 고용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AI 시대에 적합한 노동법 체계를 위해서 기업의 재교육·전직지원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도 거론된다.


기업이 직무 재편 과정에서 기존 인력을 일정 기간 재교육하도록 법적·재정적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도입한 모델이다.


프랑스의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자유에 관한 법’에 따르면, 직업교육의 결정권을 개인에게 부여하고 디지털 기반 플랫폼을 통해 생애주기별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대상에는 고등직업교육 수준의 도제교육 확대 등 고용연계 중심의 직업교육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 생기는 산업의 일자리가 있음에도 경직된 고용구조로 노동시장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해고의 유연성을 높여서 젊은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투입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다만 해고의 문턱이 낮아지면 사회적 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며 “사회적안전망을 두텁게 해서 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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