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계엄 사과 거부 당내 후폭풍
'외연확장파' 불안감에 결집 움직임
"지도부 체제 전환 바람 불 수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1년 사과 메시지를 거부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장 대표가 결국 강경 기조를 고수하자 외연 확장을 요구해온 의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장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원팀'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장동혁 대표를 겨냥해 "계몽령은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자꾸 소환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장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되는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발동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두둔했다. 장 대표는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오자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초·재선 의원 20여 명은 별도의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계엄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 재창당급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권영진·이성권·조은희 의원 등 쇄신 목소리를 내오셨던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조건 하자고 해서 초선 의원들도 동참하게 됐다"며 "이름을 올린 25명 외에 개별적으로 사과한 분도 계신다. 훨씬 더 많은 수가 취지에 공감해줬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결집해야 할 시점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기류가 싸늘해진 만큼 '원팀' 구축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비상계엄 1년되는 시점이 사실상 변화의 마지막 기로였다는 인식이 강했고, 이 시점에서도 당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중도층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장 대표가 초·재선과 중진 의원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들었음에도 결국 강경론을 택하면서 지도부를 향한 비토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뚜렷하게 못한다면 많은 의원이 집단 행동에 나서서 지도부를 강력하게 규탄하거나 장 대표의 지도자 자격을 의심하고 비판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 대표 때문에 보수가 더 죽게 생겼다. 이대로 가면 보수는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두고 당이 가만히 있는다면 지방선거 승리는 기대할 수 없고, 가만 두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교수는 "다른 의원들도 자기들이 살아야 하니까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원들 대부분이 지금으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왜냐하면 계엄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는 게 대구에서도 44%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뭉치든 뭐든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겠다는 바람이 불 수도 있다"며 "더 이상 안될 것이란 생각이 많을 것이다. 장 대표가 '우리는 황교안이다' 얘기했을 때 만해도 부글부글 했는데 그게 터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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