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고바야시 등 양국 회장단 22명 모여
공동성명 통해 AI·반도체·에너지 협력하기로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및 문화교류 확대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개최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양국을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8일 한자리에 모여 공통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 패러다임으로 '한일 경제연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 양문석 제주상의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부회장 등 기업인 16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小林 健·미쓰비시상사 상담역),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上野 孝·우에노트랜스테크 회장),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상의 회장(川崎 博也·고베제강 수석고문), 후지사키 사부로스케 센다이상의 회장(藤﨑 三郎助·후지사키 회장), 구라하시 준조 아오모리상의 회장(倉橋 純造·구라하시건설 회장)을 비롯해 기타자와 도시후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상담역 등 일본 기업인 6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라며 "양국 셔틀외교가 복원되고 한일 정상 간 만남이 다섯 차례나 이루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간에 중요한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하고, 신뢰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맺으려면 경제계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같이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60년을 지나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려고 생각하면 걸맞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간 협력이 말에만 그치지않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접실험을 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개최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도 개회사에서 "일본과 한국은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라는 공동의 사회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여기에 발맞추어 양국의 산업계가 민간차원 교류협력을 위해 저출산 관련정책과 연구경험을 공유하며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해 오늘 이 만남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는 지금 까지 경쟁구도에서 협력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상의는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마주한 공통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공동성명에는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가 담겼다.
우선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이 양국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분야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은 안정적 투자환경과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질서 유지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저출산·인구감소가 공동으로 직면한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해결책 모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가 관련 협의에 착수한 만큼 민간 부문도 정책·연구 경험 공유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한일 경제계는 직항노선 확대로 상호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양국 상의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경제·관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기반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국교정상화 60주년 계기 마련된 특별대담에서는 양국 협력의 틀을 경제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논의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미래산업 전환, 산업·통상구조 재편 등 한일 양국이 동시에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조명하는 가운데, 양국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특별대담에는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 야마사키 시로 내각관방 참여,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통상구조 재편 속에서 한일 양국이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룰 세터(Rule Setter)로의 전환’을 제안하며, 한일경제연대를 통해 양국이 공동시장으로서 외연을 확대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AI·반도체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협력과 공동 멀티모달 AI 플랫폼 구축 등 양국의 상호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의 협력 필요성이 제안됐다. 또한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단일 국가의 한계를 넘어 한일 공동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일 지역협력에 기여한 양국 우수 상의가 선정됐다. 한국 측에서는 고베·이미즈 등 일본 지역상의와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온 인천상의가, 일본 측에서는 제주상의와 청년·농산물 등 교류 분야를 확대한 아오모리상의가 각각 꼽혔다.
양국 지역상의 간 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은 ▲한일 공동 교류 DB 구축 ▲지자체–지역상의 연계 강화 ▲지역맞춤형 교류 주제 발굴 등을 제시했다. 구라하시 준조 아오모리상의 회장은 “올해 상호 방문자가 2년 연속 1,2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교류를 지역상의 간 협력 심화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 상의는 주요 사업 방향을 공유하며 상호 이해를 더욱 넓혔다.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은 APEC CEO 서밋 성과와 메가 샌드박스*, 한국 경제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 등을 소개했으며, 일본 측에서는 후지사키 사부로스케 센다이상의 회장이 지역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공동 R&D 및 공급망 협력 가능성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은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역할을 한일협력의 새 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국교정상화 이후 경제협력 60년史를 조명하는 특별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기술교류와 글로벌 합작투자에서 나아가 미래산업 공동대응으로 확장된 다양한 협력 사례가 소개됐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올해 회장단 회의는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으로 협력 분위기가 확산된 가운데 지난 60년 성과를 돌아본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대한상의는 한일경제연대 강화를 위해 일본상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제15회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는 내년 일본 센다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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