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화하자' 계속 외쳤지만 北 여전히 '무응답'
물밑 접촉은 분주…여전히 '적대적 두 국가' 고집
남북문제, 미북 테이블에 맡겨질듯…상당시간 필요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 임진강변 북한군 초소 일대에서 물새들이 남북을 가르며 날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단절 상태인 남북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내년을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대화 재개 시점과 방식 모두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준비 신호는 반복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라는 핵심 변수는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은 우리 외교·안보에 있어 도약의 원년이 돼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6개월간에 대해 "외교 분야에서 여러 성취가 있었지만, 남북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취가 많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많은 긴장 완화 조치를 했음에도 북한의 호응이 없었다"며 "내년에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연내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외교 환경을 정비하는 기초 작업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위 실장은 미북 대화 재개 시점에 대해 일정을 특정하기 어렵다고만 했고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이 한국이 아니라 미북 간 협상 흐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대북 유화 조치를 둘러싼 내부 온도 차도 감지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서 미북정상회담으로 갈 수는 없다며 훈련 조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위 실장은 연합훈련을 협상 카드로 직접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화를 열기 위한 선제 양보에는 신중하겠다는 메시지로 통일부와 대통령실 간 기류 차가 드러난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기대가 앞서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은 여전히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으며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 능력 고도화 작업도 멈추지 않고 있다. 남북 간 신뢰가 바닥까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공존' 담론이 실제 협상 테이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말하는 '내년 해빙'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치적 수사에 그칠지는 북한의 태도 변화와 미북 관계 흐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준비 작업은 시작됐지만, 문이 열릴지는 여전히 북한의 선택에 좌우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국방부는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군사적 오해 가능성을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지난달 17일 남북 군사회담을 열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재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 달 가까이 별도의 입장문의 발표는 물론 내부 매체를 통한 간접 반응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도무지 예측이 어려운 북한의 태도는 남북 양자 및 다자 외교 무대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의지 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외교 카드'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평화 공존의 새로운 남북관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부·한국정치학회 공동세미나에서 김남중 차관이 대독한 환영사를 통해 "일관된 정책 추진이 결국 독일 통일의 문을 열었다"며 "이념이나 진영 갈등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당면한 과제는 남북 간 '적대성'을 '평화'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를 이루는 것,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평화 공존의 제도화가 우선적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초당적 합의를 통해 수립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와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하며 "남북 간 과거 합의를 존중하면서 남북관계가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일관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평화 공존의 규범적 토대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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