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 동시 압박…기업 생존 전략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09 14:05  수정 2025.12.09 14:06

신동욱·최은석·박수민·한국경영학회 주최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대응전략' 세미나

국민의힘 신동욱·최은석·박수민 의원과 한국경영학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기업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실

최근 상법 개정과 노동관련 법·제도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규제 환경'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권 구조, 이사회 운영, 노사관계, 실질적 안전관리 체계까지 전 영역에서 전면적인 대응 체계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 신동욱·최은석·박수민 의원과 한국경영학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기업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두 차례의 상법 개정과 향후 진행될 3차 상법 개정, 또 노란봉투법 등 시행이 예정된 법안들은 기업지배구조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상법 개정으로 소수주주 이사회 진입 가능성↑"
이사 해임 정족수 강화 등 운영 전면 재설계 제언


먼저 두 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로 확대 ▲대규모 상장사 전자주주총회 개최 의무화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로 제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시위원 분리선출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 등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급격한 변화는 여당이 연내 처리를 예고한 자사주 규제 강화다. 3차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걸 골자로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일정한 요건에 한해 회사가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경우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주주총회 승인은 매년 받도록 규정했다. 또한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규정해 교환·상환 대상이 되거나 질권 목적을 가지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 주주에게도 손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결국 더 나은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게 입법의 목적이긴 하지만, 지배주주만을 위한 결정인지를 판단할 때 시간적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할지, 가치를 금전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환산할지 불확실한 것이 많다"며 "실제 소송이 들어갈 경우에는 이사들이 책임질 리스크가 커져 소극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연 교수는 "독립이사 의무화, 집중 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은 절차적 문제이지만 결합되면 이사회에 소수주주 측 인사가 진입을 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며 기업 입장에서 최선의 대응 방안으로 ▲소통을 통한 소수주주도 수용 가능한 후보군 사전 확보 ▲정관 개정으로 이사 해임 정족수 강화 ▲시차임기제 도입 ▲정보공개 투명성 제고 및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로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을 조언했다.


자사주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김정연 교수는 "법안 시행 후 자사주 활용 방안이 대폭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전 전략적 선택이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존 자사주의 활용 방안을 시급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 자사주 규모, 취득 시기, 당초 취득 목적 종합 파악 및 시나리오별 영향을 분석하고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 나서야할 것"이라며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상호보유 또는 3각 보유 구조 검토 ▲상호출자 규제 검토, 강화된 이사 충실의무 관점에서 각 시나리오의 적법성 사전 검증 등 법적 리스크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파급 효과, 노사관계 전면 사법화"
시행령·매뉴얼 대한 경영계 입장 지속 개진 조언


기업의 경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도 대표적으로 꼽힌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히고 하청 노동자에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승길 한국ILO협회 부회장은 노란봉투법의 파급효과를 '노사관계의 전면 사법화'로 규정했다. 이승길 부회장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라고 하면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키는 원하청 관련 입법이 됐는데 이 법이 그냥 통과가 됐다"며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폭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경영계가 '노조법 2·3조 개정 대응 TF'를 구성해 산업별·기업별 현장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노란봉투법 핵심 쟁점인 사용자 범위, 노동쟁의 개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등에 대한 법리 검토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행령, 지침 및 매뉴얼에 기업 측 입장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체계적 정립 단계 아냐
지속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운영 필수"


이날 세미나에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의 유의점도 제시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걸 골자로 한다. 해당 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 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 상황에서 적용된다.


정유철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는 "2025년 한 해 동안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들을 종합해보면 법 적용의 실무상 혼란이 해소되었거나 법리가 체계적으로 정립된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시행 초기의 혼란과 해석상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기 시작했고 법원은 점차 일관된 판단 기준을 형성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유철 변호사는 지난 7월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판결에서 최초로 사후 문서작성 행위 및 제출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한 것을 거론하며 "TBM일지와 작업계획서 등의 서류는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이행 여부 운영을 확인하는 핵심 문서다. 이를 사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실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 여기에 관련된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 외에 별도의 형사처벌도 함께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금형 판결의 경우에 법원은 사고 전후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진 경우,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 경우,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피해자 측 과실 또는 특수한 현장 상황과 보다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 등에 대하여는 유리한 양형 이유로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유해위험 요인을 방치하거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사건에서는 대다수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향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종의 재해 발생 또는 반복적인 위험 신호의 방치가 확인된 사건에서는 엄정한 처벌이, 반대로 경영책임자의 사전적 관리 또는 사고 후 적극적인 개선 조치가 확인되는 사건에서는 무죄 또는 벌금형 등 경미한 처벌이 선고되는 이른바 '형벌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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