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식 통일’이 과연 ‘통일’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2.12 07:07  수정 2025.12.12 07:07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이해찬 수석부의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다짐, 함께 부르는 평화' 대합창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방용승 사무처장, 이재명 대통령, 이해찬 수석부의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과거와 그리고 문재인과 다르게 보이려 한다. ‘통일’ 얘기다.


지난 12월 2일 민주평통 제22기 출범식에서 “통일, 분단된 대한민국이 언젠가는 수년, 수십 년, 수백 년, 비록 수천 년이 지날지라도 반드시 우리가 가야 될 길 아니겠습니까”라 말했다.


민주평통, 평화통일 정책을 대통령에게 건의·자문하는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이 의장이다.


마침 이재명의 취임에 맞물려 임기가 다하자,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부분 이재명표 인사로 새롭게 시작한다. 국내 17개 시·도, 이북5도, 전 세계 5개 권역 등 23개 지역회의로 구성되어, 나름 전문가이자 영향력을 가진, 해외 137개 국가 3738명 포함 2만 2000여 명의 자문위원이 활동한다.


이재명과 정부의 통일정책·운동의 전위(前衛)가 될 이들에게 한 위 발언은 통일에 대한 대통령으로서 이재명의 충정을 느끼게 할 만했다.


대통령 되기 전의 말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 “통일을 단기적 직접 목표로 하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사실상의 통일 상태, 통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이 정한 통일에 이르는 길”이 보여 준, 더불어민주당 강령을 반영한 ‘공존’과는 ‘글자적으로’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2019년 뜻깊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실토한 “통일도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입니다”의 민주당 강령적 통일인 ‘공존’에서 벗어난 것으로 느끼게 한다.


이재명의 그다음 육성은 더 그럴듯하다.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 하는 통일은 통일이 아닙니다.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는 내용,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평화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고, 주권자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주의만이 그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평화 정착을 통해 반드시 통일의 길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맞아, 그렇게 되어야 해”라고 끄덕일 사람 많을 것이다.


착각이다. 국민을 헷갈리게 만드는 이재명식 현란한, 교묘한 어법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첫째, 이재명은 자신의 과거와 그리고 문재인과 변함없는 일관성을 보여,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통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


이재명이 자유민주적 통일을 부정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자유민주적 통일을 반대·배제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과 소속 정치인이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추진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도 없다.


당 강령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당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 이재명이 말하는 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1국가적 통일이 아닐 수 있다. 통일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만 말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前文)에 이념적 지향성이자 체제의 근간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를 명시하고, 제4조 통일 조항은 이를 반영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peaceful unification based on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도 인민민주주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Socialist Constitut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 보여 주듯 주체사상에 입각해 인민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로 상징되는 남북 두 체제에서 ‘글자적으로 동일한 민주주의’만 부각하는 이재명의 통일은 남북 두 국가 모두를 염두에 두는, 그의 연설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는 내용, 동의할 수 있는 방식” 및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고, 주권자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이 본질적으로 말하려는, 두 국가가 공존하는 통일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이 자유민주적 통일을 반대·배제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기에, 반헌법적이라 비난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이 당 강령에 따라 통일이 아닌 공존을 주장했기에, 반헌법적 세력이라 규정하는 것은 정당했다.


이제 이재명은 공존이 아니라 통일을 입에 올렸다. 그러나 그 통일은 자유민주적 1국가적 통일이 아닌, 사실상 공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의 통일관에는 변함이 없고, 반헌법적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결론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재명의 의도와 다르다면, 이재명은 물론이고 두 개의 국가를 공개적으로 말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혹은 강령에 공존을 명시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2023년 말부터 남과 북이 별개의 두 국가라 주장하기 시작한 김정은, 2024년 1월 15일 우리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 모순적인 기성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하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령역에 편입”시키는 헌법 개정을 지시했다.


내년 1월에 열릴 제9차 조선노동당 대회, 그 준비를 위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12월 9일 소집되었다. 곧 그 결과가 신년사를 대신해 발표되고, 이재명과 정부를 완전히 무시하는 김정은의 대남 정책이 알려질 것이다.


통일이 아니라 교전 중인 가장 적대적인 별개의 국가라 주장하고, 대한민국을 쓸어버리는 정복을 꿈꾸는 김정은에게, “평화는 성장의 다른 말이자, 번영의 동력입니다. 평화가 경제이고,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민생이고, 평화가 바로 실용입니다”라 주장하는 ‘평화 호소인’ 이재명의 반응이 벌써 궁금해진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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