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희한의원 구로디지털단지점 이한별 원장.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에 갑작스럽게 내린 첫눈은 교통사고와 낙상사고의 급증을 초래했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운 발걸음, 높은 곳에서의 떨어짐 같은 강한 충격으로 인한 손상이 즉증했고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X-ray에서 골절이 발견되지 않아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임상 경험상 이러한 환자들 중 상당수가 몇 주 후 통증과 불편함을 호소하며 다시 찾아오곤 한다.
강한 충격이 신체에 가해지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손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어혈(瘀血)과 아탈구(亞脫臼)로 설명한다.
어혈이란 조직 내 미세한 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혈액의 정체 상태를 의미한다. X-ray 검사에서는 골절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육과 인대, 골막 주변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이것이 제때 해결되지 않으면 만성 통증과 경직으로 이어진다.
또 척추나 관절의 아탈구, 즉 부분적 탈위 상태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방사선 검사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골절 없는 낙상 부상을 방치하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손상이야말로 한의학이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다. 침 치료는 손상된 조직 주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해산하는 데 탁월하다.
현대 신경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침은 신경 말단을 자극해 내인성 마약 물질인 엔돌핀과 엔케팔린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는 통증 신호 전달을 억제하고 국소 혈류량을 증가시켜 염증 해소를 촉진한다.
특히 손상 부위 주변의 경혈을 자극하면 국소 혈류가 증가하고 염증 반응이 빨라져 자연치유가 촉진된다. 많은 환자들이 3~5회 침 치료 후 통증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약침 치료는 한약 성분을 정제해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침 치료보다 더 강력한 항염증 및 진통 효과를 발휘한다. 어혈 해산에 특화된 약침, 예를 들어 오공, 전갈, 봉독 등을 사용하면 손상 직후의 부종과 통증이 빠르게 개선된다.
임상에서 낙상 후 부종이 심한 환자에게 약침을 시술한 경우, 일주일 내 부종이 50% 이상 감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부항 치료는 음압으로 피부를 자극해 표면의 어혈을 흡출하고 깊은 조직의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부항 자국은 어혈의 정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며, 색이 진할수록 더 많은 어혈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추나 치료는 아탈구 교정에 가장 효과적인 수기 치료법이다. 손상으로 인해 어긋난 척추나 관절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손으로 교정해 원래 위치로 복원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 압박이 해소되고 통증이 급격히 줄어든다. 현대의학에서 놓치기 쉬운 미세한 정렬 이상까지도 한의학은 촉진과 경험을 통해 감지하고 교정할 수 있다.
실제로 골절 없는 낙상 환자가 응급실에서 '경미한 염좌'라는 진단을 받고 돌아선 후, 한의원에서 경추의 미세한 어긋남을 발견해 추나 치료로 교정한 경우, 두통과 목 경직이 완전히 해소된 임상사례가 있다.
중요한 점은 시간이다. 낙상 직후 골절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방치하기 쉽지만, 초기 며칠 내 한의학적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 속도가 현격히 빨라진다.
어혈이 굳어지고 염증이 만성화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후유증 없는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통상 1~2주 내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지만 방치했을 경우 수개월의 만성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제 겨울철 낙상사고 후 응급실에서 골절이 없다는 통보를 받으면 주저하지 말고 한의원을 방문해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손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한의학의 정교한 방식이 당신의 건강한 회복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
글/ 이한별 한의사·구로디지털단지 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