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연 시장 매출 82.7% 수도권서 발생
경기·인천 예매수 급증…수도권 점유율 확대 기여
대부분 비수도권 양질의 공연 수용할 '물리적 인프라' 부재
2025년 국내 공연시장은 그야말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25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집계된 공연 티켓 예매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2025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시장의 총 티켓 판매액은 1조 7326억원을 돌파했다.
숫자로만 보면 공연의 르네상스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가 품고 있는 맹점을 짚어봐야 한다. 전체 공연 시장의 매출 82.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비수도권 관객들에게 1조 7000억원의 축제는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지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균형의 민낯은 더욱 적나라하다. 지난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열린 공연 건수는 전체의 63.1%, 공연 회차는 76.8%였다. 과반의 공연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도 문제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수요 지표다. 전체 티켓 예매 수의 76.4%, 티켓 판매액의 무려 82.7%를 수도권이 쓸어 담았다.
수도권 쏠림 현상의 심화 추세는 전년 대비 증감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경기 지역의 티켓 판매액은 96.5%, 인천의 예매 수는 45.9% 증가하며 전체 시장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더욱 확대했다. 반면 강원도의 경우 예매 수(-10.1%)와 판매액(-49.6%)이 모두 하락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예매 수의 하락 폭보다 판매액의 감소 폭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관객의 문화 소비가 위축되었다기보다, 높은 티켓 단가를 형성하는 ‘대형 유료 공연’의 공급 자체가 지역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구조적 소외 현상을 방증한다.
이처럼 고착화되는 문화 양극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역 관객의 수요 및 구매력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곤 한다. 그러나 지역별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이는 표면적 현상만 짚어낸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수요를 창출할 양질의 공연을 수용할 ‘물리적 인프라’가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비수도권 중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낸 곳은 부산과 대구다. 특히 부산은 약 130만 매의 예매 수로 1017억원의 판매액을 냈고, 대구는 약 103만 매로 56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예매 수가 비슷한 지역 간의 ‘매출 격차’다. 광주(약 45만 매)와 경남(약 44만 매)은 예매 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판매액은 광주(284억 원)가 경남(156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대구와 부산 역시 예매 수 차이보다 판매액 차이가 훨씬 두드러졌다.
이는 ‘티켓 단가가 높은 대형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다. 대규모 관객을 동원하는 대중음악 콘서트는 아레나급 대형 공연장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대형 뮤지컬은 장기 대관이 가능한 1000석 규모의 전문 대극장이 필수적이다. 부산과 대구, 광주가 그나마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타 지역보다 시민들의 문화 수준이 월등히 높아서가 아니라, 대형 공연들을 담아낼 최소한의 ‘그릇’(인프라)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규모 공연의 지역 분산 여부는 지역민의 관람 수요나 문화적 척도가 아니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즉 ‘인프라의 유무’에 기인한다. ‘수요 부족’이라는 표면적 현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온전히 담아낼 물리적 공간 자체가 부재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나아가 지역 관객들이 공연 관람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지불해야 하는 교통·숙박 등의 부대 비용, 이른바 원정 관람이 초래하는 사회적·경제적 손실 역시 논의되어야 한다.
날로 심화하는 문화 양극화 현상은 단순한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실효성 있는 투자가 요구된다. 권역별 거점 아레나 및 전문 대극장 건립 등 필수 인프라 확충이 우선되어야 한다. 탄탄한 하드웨어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역 공연 생태계가 자생력을 확보하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 균형 발전’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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