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7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공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 ‘재혼황후’는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2023년 국내 웹툰 산업의 총 매출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겼으며, 웹소설 시장은 2024년 1조 3500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 중이다. 시장은 커지고 있고,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돼야 할 작가들은 여전히 “최소한의 환경을 보장해 달라”라고 외친다.
국내 웹툰 작가 8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웹툰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00만 원~5000만원’ 미만 수입 비율이 35.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5000만원 이상’(22.4%), ‘2000만 원~3000만원 미만’(18.4%), ‘1000만원 미만’(14.3%), ‘1000만원~2000만원 미만’(9.9%) 순으로 이어졌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2018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웹툰 작가 중 50.1%는 한 해 수입이 3000만원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여전히 대부분의 작가들이 3000만원 이하의 수익으로 ‘버티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하신아 웹툰작가 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신인 작가들의 현실은 더 처참하다. 그는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연재를 전제로 공모전을 열어놓고 당선된 신인 작가에게 돈도 안 주고, 계약도 안 해주고, 2년 동안 일만 시키고 있었다”는 사례를 전하며 "그렇게 희망고문을 하다가 결국 계약서와 부속합의서 6종 이상을 내민다. 그 안에는 공동저작자로 네이버웹툰을 올려달라고 하고 작가가 개인적으로 방송을 출연해도 돈을 떼가는 계약들, 과도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내용들이 담겼다”라고 지적했다.
노동 강도도 그대로다. 2024년 웹툰 산업 실태 조사에서 웹툰 작가들의 평균 창작 일수는 일주일 중 5.9일로, 전년 대비 0.1일 증가했고, 창작하는 날의 평균 소요 시간은 10.1시간으로 전년 대비 0.6시간이 증가했다. 일주일에 약 6일을 하루 10시간이 넘게 일하지만, 3000만원을 벌기 힘든 것이 일부 웹툰 작가들의 현실인 것이다.
웹소설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창작자들의 2023년 한 해 동안의 연간 총 수입은 평균 1953만원일 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작가들의 권익을 향상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소설 작가들의 노조는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했다. 작가 노조 준비위원회는 웹소설도 플랫폼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 여러 요구를 받게 된다며 작가를 노동자로 인식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2020년 12월 작가들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해 웹툰노조(웹툰작가노동조합)가 설립되고, 작가들이 뭉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뤄진 변화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다. 웹툰노조가 2022년 만들어진 상생협의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내용이 함께 담긴 것으로, 수익 배분을 규정하고, 정산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내용은 물론, 열악한 창작환경을 고려해 휴재권 보장과 회차별 최소·최대 분량 합의 조항도 포함됐다.
다만 하 위원장에 따르면 표준계약서가 담지 못하는 현실도 있다. 우선 표준계약서는 의무가 아닌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플랫폼과 작가가 동등하게 교섭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앞서 언급한 공동저작자로 네이버웹툰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비롯해 작가의 개인 활동에도 수수료를 부여하는 등의 요구 역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저작자에게 귀속돼야 할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까지 플랫폼이 가지고 가는 등 작가들은 커진 가능성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초기 계약 단계에서 2차적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데, 이 경우 제대로 된 합의가 힘들다. 2차저작물에 대해선 별도의 합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상화로, 또 글로벌 진출로 웹툰·웹소설의 확장 가능성은 커지고, 표준계약서를 통해 계약 체결 시 저작권 사용료를 원작자에게 한꺼번에 지급하는 매절 계약이 어려워지자 공동 저작자 등록 또는 2차 저작권 일부를 요구하는 새로운 꼼수들이 결국 작가들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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