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시행…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도입
법조계 "'의무 중대 위반' 기준, 향후 판례 쌓여야 정확하게 파악 가능"
고(故) 구하라씨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저버리거나 학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자녀 사망 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새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관련 판례가 적립돼야 향후 법원의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설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은 국회 의결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양육·부양 책임을 방기하거나 자녀를 학대한 부모가 자녀 사망 후 아무 제약 없이 재산을 상속받던 구조를 시정해 가족관계에서의 책임성과 상속에서의 실질적 정의 및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 구하라법 시행 취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미성년 시기의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피상속인은 공정증서(공증)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유언이 없었다고 해도 공동상속인은 미성년 시기의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는 자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앞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순직 공무원의 유족연금 등 재해보상금을 받는 것을 제한하는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연금법·공무원재해보상법 개정안)과 '군인 구하라법'(군인연금법·군인재해보상법 개정안), '선원 구하라법'(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선원법 개정안) 등은 각각 지난 2021년 5월과 2023년 5월, 2024년 7월 각각 시행된 바 있다.
'구하라법'은 지난 2019년 그룹 카라의 멤버 고(故) 구하라씨가 사망한 이후 "어린 동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친모가 구씨 재산 절반을 가져가려 한다"는 구씨 친오빠의 입법 청원에서 시작됐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4년 4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며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한 민법 1112조 1호~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국회에서의 '구하라법'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지난 같은 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구하라법'은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4월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된다.
'구하라법' 시행에 따라 가정법원의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학대를 저질러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힌 일부 부모들이 상속분을 가져가는 파렴치한 행태는 사라질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기준을 두고서는 판단을 내리는 법관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향후 판례가 쌓인 후에 정확하게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전상범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부양 의무를 저버렸던 과정 및 결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법에서 규정하는 '중대한 범죄행위 등'의 기준이 1차 쟁점이 될 것이고 관련 증거 확보 여부가 2차 쟁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실제 구하라법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는 판례가 쌓인 뒤에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데일리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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