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생산 넘어 책문화 고민…정한책방, 지역과 함께 넓히는 가능성 [출판사 인사이드⑲]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1.04 12:59  수정 2026.01.04 12:59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정한책방이 전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


정한책방은 충북 괴산에 위치한 출판사로, 2015년부터 10년 넘게 꾸준히 책을 선보이고 있다. 분야, 장르를 막론한 100여 종이 넘는 책을 출간하며, 작지만 탄탄한 출판사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천정한 대표는 그중 인문사회과학 비중이 높은 편이며 “발행인의 성향도 반영됐을 것이다. 창업 전까지는 인문학술 출판사에서 일한 경력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느 한 장르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고 ‘다양한’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정한책방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대신 정한책방만의 메시지는 뚜렷했다. 문익환 목사의 대표작 ‘히브리 민중사’를 재복간해 선보이는가 하면, 5.18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광주시민들을 지킨 경찰 안병하 치안감의 기록을 담은 ‘안병하 평전’, 조선 후기 유생 이범석이 남긴 ‘경란록’을 국내 처음으로 발굴해 당시 역사상을 재조명한 ‘대한제국 수난사’ 등이 그 예다. 국내 역사는 물론, 국제적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가 미얀마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직접 취재해 분석하고 정리한 ‘로힝야 제노사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대 환경 운동과 생태 윤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도 레오폴드가 쓴 ‘모래군의 열두 달’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외에도 올해 상반기에는 인공지능 기술 속에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인간 모델에 대한 주제로 한‘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인공지능 이용법’,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과 함께 일본, 베트남, 몽골, 튀르키예, 태국 등 외국인 필자가 바라보는 한류의 성격을 소개하는 ‘한국을 넘어 한류’를 선보이는 등 주제, 형식의 한계 없는 다양한 책을 선보일 계획이다.


천 대표는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가 명확한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며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들이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편집해 출판하고 있다”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정한책방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더불어 “국내서 비중이 90%일 만큼 국내 신진 작가와 연구자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노력도 덧붙였다.


◆ 정한책방이 함께 넓히는 지역 출판사의 가능성


충북 괴산의 작지만 탄탄한 출판사라는 정체성도 확고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2015년 서울에서 출판사를 창업했던 천 대표는 6년 전, 충북 괴산으로 귀향했다. 출판계의 지인들 또한 충북 괴산으로 출판사를 이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나, 천 대표는 지역에서 보다 전문화된 출판기획을 선보였을 때, 지역출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역과 맞닿은 기획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직접 입증 중인 천 대표다. 지역문화콘텐츠기획사 문화잇다를 창업해 지역 콘텐츠로 에세이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기사입니다’를 출간했고 지난해 ‘조선의 빅데이터 송남잡지를 찾아서’를 선보이는 등 지역 출판사만이 할 수 있는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천 대표에 따르면 언급한 두 책은 괴산의 인물, 역사콘텐츠를 바탕으로 했지만, 괴산을 넘어 전국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더불어 “지역을 기록하고 책을 출간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작가, 기획자들이 필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출판제작을 의뢰하고 있다”며 “이렇게 한 출판사가 지역으로 내려옴에 따라 그 지역의 출판환경이 달라지고 콘텐츠가 풍부하게 됨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지역 출판의 의미를 짚었다.


다양한 책을 전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책, 독서 ‘문화’를 확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북페어에 참여해 보면 들고 간 책 보다 오히려 굿즈가 더 많이 판매된다고 이야기하는 출판인들이 많다”며 이에 물성에 갇힌 텍스트를 문화적인 경험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 담긴 저자의 메시지나 생각들을 독자들이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오프 방식을 함께 제공하며 출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천 대표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마을마다 연결돼 있는 책문화 생태계, 즉 동네 책방, 도서관, 독서동아리에 대한 출판사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한책방 또한 출판사가 책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책문화의 기획사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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