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이양 명분 아래 공습...방산 수요 확대 '신호'
군사 개입에 자원 전략 겹쳐...에너지 경쟁 본격화
베네수 원유 80% 중국행...미 개입, 공급환경 변화
4일(현지 시간)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청 앞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한 소녀가 인도에 "석유 때문에 전쟁 일어나면 안 돼"라고 적고 있다.ⓒ콜로라도 스프링스=AP/뉴시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방산·자원 안보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이 더욱 첨예해지는 모습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의 군사 전략과 에너지 전략이 맞물린 사례로 평가된다. 중남미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재확인과 함께 글로벌 패권 경쟁의 전선이 군사·자원 영역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앞서 미군은 미 동부시간 기준 지난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진행된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안전하고 적절한 정권 이양이 가능할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군사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개입은 중남미 지역의 안보 불안을 키우는 동시에, 국제 질서가 규범보다 힘에 의해 작동하는 국면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와 쿠바 등 중남미의 반미 성향 국가들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미 로이터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선례로 삼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번 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분쟁 억제 규범’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도덕적 정당성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명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군비 재무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올해에도 글로벌 외교 질서는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지정학적 흐름은 방산 산업의 중장기 성장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의 방산 수출 규모가 150억 달러(약 22조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2년 173억 달러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3년 140억 달러, 2024년 94억 달러로 주저앉았던 수주 실적이 다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중장기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며 “지난해 수주에 실패한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올해도 다수의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이 가동되면서 한국 방산의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에너지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권 이양과 병행해 미국 석유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원유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군사 개입의 배경에 에너지 영향력 확대 전략이 깔려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국제유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기준 세계 1위 국가지만, 실제 생산량은 하루 90만~100만 배럴 수준으로 전 세계 공급의 1% 미만에 그친다. 한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무역 영향 역시 제한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베네수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그간 베네수엘라 석유를 비롯해 페루 항만, 볼리비아 리튬, 브라질 대두, 칠레 구리 등 남미의 전략 자원·자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장악해 석유 수출과 인프라를 통제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약 8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구매처는 중국의 독립 정유사인 이른바 ‘티팟(Teapot)’ 업체들이다. 중국이 저가로 조달해오던 원유 공급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상황에서 대러 제재까지 해제될 경우 중국의 원유 수입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방향성 측면에서 중국 티팟 기업들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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