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다" vs "이미 검증"…의사-한의사 '한의약 난임치료' 공방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1.06 13:47  수정 2026.01.06 13:53

한방 난임치료 두고 의협 vs 한의협 갈등 고조

의협 “과학적 근거 없어…산모·태아 건강 위협”

한의협 “충분한 객관적 자료와 임상 성과 축적”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있는 환자. ⓒAI 제작

한의약 난임치료와 관련해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저출산 대응 정책의 한 축으로 한의약 난임치료가 거론되자,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직역 간 공방을 넘어 정책 이슈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 강화 등을 포함한 정책 확대 기조를 공식화했다. 한의약 난임치료는 한약, 침, 뜸 등을 활용해 개인의 체질과 건강 상태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신을 위한 신체·정신적 건강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현재 한의약 난임치료는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에 근거한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협회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의 난임치료 지원 사업은 2017년 5억 원 규모로 시작해 2025년에는 9억7200만 원까지 확대됐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합동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과 복지부 장관 간 문답이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한의학 난임 시술의 보험 적용 및 국가 지원 여부를 묻자, 의사 출신인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치료 효과를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로 답하며 논쟁이 불거졌다. 이 발언을 계기로 한의약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양한방간 간 정면충돌로 이어졌다.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은 이보다 앞서 한의사의 엑스레이, 레이저, 고주파 등 의료기기 사용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미 고조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난임치료가 화두에 오르자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은 개별 사안을 넘어 정책 논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

이번 논란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근거와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한방 난임 지원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한방 난임치료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총 4473명이 참여한 103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 7.7개월간 임상적 임신율은 12.5%로, 같은 기간 자연 임신율(약 25% 이상)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안전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의협 측은 “난임 치료에 사용되는 다수의 한약 처방에는 임신 중 사용 시 태아 기형, 유산, 장기 독성 위험이 지적된 약재(목단피, 도인 등)들이 포함돼있다”며 “일부 자료에서는 한방 난임사업의 유산율이 인공수정에 비해 3배 더 높고, 출산 실패율 역시 최대 8배까지 높다는 결과까지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5일 입장문을 통해 “한의약 난임치료는 학술적·임상적 전문성과 성공률 측면에서 이미 검증이 완료된 치료”라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한의약 난임치료가 ▲정부가 발표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시행되고 있으며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다수의 학술·임상 논문을 통해 전문성이 입증됐고 ▲전국 13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사업을 통해 실제 임신 성공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만 여성 불임에서 전통 한의약(중의약) 치료와의 연관성’ 연구를 예로 들며, 5254명의 난임 여성을 분석한 결과 전통 한의약 치료군의 임신 성공 가능성이 비치료군보다 1.48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사물탕’,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 ‘당귀작약산’ 등의 처방이 임신 성공률을 유의미하게 높였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한의협은 “이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 표준임상진료지침’이 존재하고, 한의 난임사업 역시 다년간 지자체 단위에서 시행되며 충분한 객관적 자료와 임상 성과가 축적돼 있다”며 “국내외 유수 학술·임상 논문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임 부부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맹목적으로 한의약 폄훼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양의계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 앞에서 정부는 특정 직역의 주장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학술적·임상적 성과가 확인된 한의약 난임사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사와 한의사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정부차원의 연구와 검증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의협과 한의협 모두 한방 난임치료의 효과성 입증을 위한 연구가 즉각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정부 주도의 객관적 검증 체계 마련으로 양측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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