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은 철회됐지만 공공기관 지정 불씨 여전
이찬진 “옥상옥 구조”…감독 독립성 훼손 우려
금융권 “통제 강화 땐 관치금융 구조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감독기구의 독립성 훼손과 ‘관치금융’ 심화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이미 공공기관 지정 방침이 공식화되며 한 차례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조직개편안은 철회됐지만, 실제 심의·의결 시점이 임박하면서 공공기관 지정 이슈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신규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당국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였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과의 이견으로 정부 초기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조직개편이 차일피일 미뤄질 위기에 처하자 정부여당은 해당 조직개편안 전체를 철회했지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은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찬진 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내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자체 쇄신’을 강조해 왔다. 외부 통제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금융 ‘감독’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정치적·행정적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며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정부 주도로 조성된 금융회사 출연금으로 운영되지만, 공공기관이 아닌 특수법인 형태를 유지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 출범 이후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2009년 다시 해제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당정이 공공기관 재지정 필요성을 다시 꺼내 들면서, 이번 공운위 결정이 금융감독 체계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금감원이 공공기관에 지정된다면, 공운위의 관리·감독을 받아 정부 경영평가 대상에 포함되고, 예산·인사·조직 운용 전반에서 통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원장은 지난 5일 출입기자단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금감원은 조직과 예산에서 자율성이 거의 없고, 금융위원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또 다른 관리 구조가 얹히는 ‘옥상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 기관의 중립성과 자율성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공공기관 지정은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못 박았다.
결국 관건은 이 원장의 ‘감독 독립성’ 논리가 공운위와 정부·여당 내부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숟가락 하나까지 통제를 받는 구조인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통제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감독기구가 정책이나 행정적 판단과 분리돼야 한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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