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팀이 FA컵 우승팀 저격’ 자이언트 킬링 이뤄낸 메이클즈 필드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1.11 09:46  수정 2026.01.11 09:46

지난 시즌 우승팀 크리스탈 팰리스 64강서 조기 탈락

6부 메이클즈필드는 자이언트 킬링의 기적 이뤄내

자이언트 킬링을 이뤄낸 메이클즈 필드. ⓒ AP/연합뉴스

전년도 우승팀이 6부리그에 패해 탈락하는 최대 이변이 발생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10일(한국시간), 영국 메이클즈필드에 위치한 모스로즈에서 열린 ‘2025-26시즌 잉글리시 FA컵’ 3라운드(64강)에서 6부 리그 팀인 메이클즈필드 FC에 1-2 패했다.


경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메이클즈필드는 전반 43분, 주장 폴 도슨이 헤더로 선제골을 올렸고, 이후 후반 15분에도 아이작 버클리-리켓츠가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 기운을 몰고 왔다.


다급해진 크리스탈 팰리스는 후반 추가 시간 예레미 피노가 만회골을 넣었으나 한 골을 더 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물론 크리스탈 팰리스는 아스톤 빌라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르고 63시간 만에 경기를 치른 탓에 로테이션 가동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크리스탈 팰리스는 엄연히 1부 리그 소속의 팀으로 백업 선수의 기량이 6부 리그 팀을 압도했기에 큰 무리없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글라스너 감독은 “오늘 우리는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전술이나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자부심과 태도의 문제였다. 패배할 만한 경기였다”라고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더욱 큰 충격은 크리스탈 팰리스가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이었다는 것. 크리스탈 팰리스는 지난해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창단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기적을 써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 자이언트 킬링의 희생양이 되고 만 크리스탈 팰리스다.


FA컵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프로팀이 아닌 논리그팀에 패한 것은 1909년 이후 무려 117년 만이다. 전년도 우승팀이었던 울버햄튼은 1라운드서 탈락했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는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자이언트 킬링을 이뤄낸 메이클즈 필드. ⓒ AFP/연합뉴스

반면, 세미 프로팀인 메이클즈필드는 구단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축구 전설 웨인 루니의 동생인 존 루니가 팀을 이끌고 있는 메이클즈필드는 1874년 창단했으나 재정 문제로 리그에서 퇴출된 메이클스필드 타운을 인수해 2020년 재창단한 클럽이다.


2021–22시즌 9부 리그에서 첫 시작을 알렸고 매년 승격을 거듭해 올 시즌에는 6부 리그인 북부 내셔널리그에 안착해 있다.


이번 두 팀의 맞대결은 ‘자이언트 킬링’ 역사에 포함되기 충분하다. 자이언트 킬링이란 하위 리그 팀들이 FA컵이나 리그컵 등 토너먼트 대회에서 상위 리그 팀들의 덜미를 잡는 것을 말한다. 상위 리그 팀은 아무래도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비주전 선수들을 내보내곤 하는데 이렇다 보니 이변이 발생하곤 한다.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자이언트 킬링은 1999-00시즌 프랑스 FA컵에서 아마추어임에도 결승까지 올라 ‘칼레의 기적’을 쓴 칼레 라싱 위니옹 FC의 반란이다. 다만 칼레는 낭트와의 결승전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을 버티지 못해 아쉽게 패했다.


잉글랜드 FA컵에서는 2016-17시즌 링컨 시티의 8강 진출을 꼽을 수 있다. 1888년 창단한 링컨 시티는 당시 단 한 번도 1부 리그에 몸담은 적 없는 중소 규모의 세미프로 클럽이었다. 그럼에도 업셋을 계속해서 이뤄냈던 링컨 시티는 8강까지 올라 아스날에 패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는 FA컵 역사상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후 103년 만에 아마추어 팀의 8강 진출이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 또한 FA컵 4라운드(32강)에서 2부 리그(챔피언십) 최하위였던 플리머스에 0-1로 패해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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