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이야기㉞] 서울 관악구 책바 바인딩
언제나 ‘열린’ 서점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휴식하는 것을 보며 잘했다는 생각 해”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책바 바인딩
◆ 운영자도, 독자도 함께 찾는 낭만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책바 바인딩은 낮에는 무인으로, 밤에는 유인으로 운영되는 독특한 서점이다. 낮에는 독자들이 예약을 통해 운영자도 없는 서점에서 책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면, 밤에는 책과 술 그리고 사람이 있는 서점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취향을 나눌 수 있다.
이는 일과 서점 운영을 병행하는 책바 바인딩 운영자들의 취향과 현실이 묻어난 선택이었다. 책바 바인딩은 대학 동기 4명(S,A,J,C)이 함께 운영 중인 서점이다. 10년 안팎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이유로 ‘대화’를 놓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운영자들은 ‘무용하지만 꼭 필요한 글과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 공간을 열었다.
“대화와 낭만이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와서 안정감을 느끼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대화와 글로 연결되는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책과 술과 대화가 있는 열게 됐다.”
ⓒ책바 바인딩
‘투잡’을 하는 운영자들의 ‘현실적인’ 선택이었지만, 이것이 서점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편안한 거실’을 지향하는 책바 바인딩의 특성상, 언제나 ‘열린’ 이곳이 본질적으로는 공간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네 사람은 “일부 손님들은 누군가 있는 것보다 혼자 공간을 온전히 누리면서 책을 읽고 소품을 보며 차를 마실 때 더 편안함을 느끼시는 것 같다”, “우리가 잠든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누군가 이곳에서 휴식을 하는 것을 보며 열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손님들의 반응을 전했다.
밤에는 책과 술을 함께 즐기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모든 메뉴는 ‘독서’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준비되며, 술과 책의 시너지를 위해 낯설더라도 개성이 뚜렷한 주류로 골라 서점에 비치했다. 주인장 A의 주도로 준비된 책바 바인딩의 메뉴에 대해 그는 “약간의 유머를 더해 ‘라이터스 티어스’(작가의 눈물) 위스키나 ‘텍스트북’ 와인처럼 책과 관련된 주류들을 시그니처로 준비했다”고 책바 바인딩만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 책바 바인딩을 채우는 ‘풍성한’ 이야기
콘셉트를 채우는 내용에도 충실했다. 책방지기 4명이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모아 큐레이션 테마를 정하고 있다. 여름에는 미스터리 추리 소설, 여름 관련 계절어가 들어간 서적을 준비하는가 하면, 각자의 취향을 담아 ‘다양한’ 도서를 아우르기도 한다. 네 명의 주인장이 모인 만큼, 각자 희망하는 도서를 발주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여러 취향을 아우르게 된다.
기준은 없지만, 오래전 출간된 책 또는 독립출판물 등 베스트셀러나 화제작이 아닌 책들로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해요’라고 먼저 말을 꺼내기보다, ‘이런 것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예요, 나를 골라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선택을 기다리는 책들로 책장을 꾸렸다고 봐 달라.”
ⓒ책바 바인딩
서점에 입고된 도서의 작가들과 북토크를 열기도 하지만, 맥주 시음회와 다과회 또는 좋아하는 영화감독과의 행사 등 다채로운 ‘대화의 장’을 열고 있다. 대화를 통해 깊이를 더하고, 열린 기획으로 관계의 폭을 넓히며 책바 바인딩이 모두에게 특별한 공간이 되길 바랐다.
네 사람은 “서점 바 테이블에 마주 앉은 손님과 책과 영화, 그리고 때로는 내밀한 삶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나눌 때면 이 공간을 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좋아하는 책, 영화의 작가-감독들을 만날 때면 ‘서점을 열어 이런 귀한 기회를 얻는구나’ 싶어 감사했다”라고 서점을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털어놨다.
아직은 오래되지 않은 서점이지만, 이 같은 시간들이 쌓여 완성될 미래의 책바 바인딩을 기대했다. 네 주인장의 목표는 책바 바인딩을 더 사랑에 빠질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 대화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에피소드를 엮어 책으로 만들 계획도 꿈꾼다. 이를 위해 우선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른 곳에선 하지 않을 법한 실험적인 기획도 해보고 싶다. 우리에게도, 찾아주신 손님들에게도 충만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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