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59% 교체…대외 외교 전면에
당 규약서 '통일' '민족' 손질 여부 주목
핵·재래식 통합 운용 구체화 가능성
김주애 등장할 땐 '4대 세습' 신호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제9차 대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9일 평양에서 성대히 개막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19일부터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시작하면서 남북관계의 향배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번 당대회는 북한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열리는 회의다.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당 규약에 명문화될 경우, 남북관계는 정책 차원을 넘어 구조적으로 단절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제9차 당대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평양에서 개막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대외적으로 보아도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건히 다짐으로써 세계정치구도와 우리 국가에 미치는 영향관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로 하여 우리의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힘있게 다그쳐나가는데 유리한 조건과 환경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한미'나 '핵 역량'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당 규약 개정이 이번 당대회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상정된 점도 눈에 띈다. 핵 무력을 기반으로 한 '강대강' 외교를 통해 국가 지위를 고착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적국' '두 국가' 발언이 담화와 발언에 그쳤다면 규약 개정은 이를 제도화하는 절차다. 통일·민족 관련 문구가 삭제될 경우, 정부가 남북관계를 '동족 문제'로 접근해온 정책 기조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군사 전략 수위도 주목된다. 이번 9차 당대회를 통해 향후 5년간의 국방력 발전 방향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북한이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이른바 'CNI 체계'를 보다 구체화할 경우,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개막 직전인 지난 18일, 평양 4·25문화회관 앞에서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둔 600㎜ 대구경 방사포 전달행사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방사포차에 올라 직접 운전을 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지정학적인 적수들에게 몹시 불안해할 국방기술의 성과들을 계속 시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무기 시험과 전략자산 공개를 예고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9월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9차 당대회 군사 노선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앞으로 당 제9차 대회는 국방건설 분야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 병진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핵무력과 재래식 무기의 병진 정책'을 제시했다.
해당 시찰에서는 각종 반탱크 미사일 실탄 사격에 대응하는 신형 능동방호체계의 종합 가동시험도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핵무력과 함께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안보 환경에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선과 군사 전략의 재정립이 제도 차원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이를 실행할 권력 핵심부의 인적 재편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집행부 인선은 8차 당대회 당시와 비교해 대폭 개편됐고, 절반이 넘는 인원이 바뀌었다. 대남 라인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10국(옛 통일전선부) 고문이 빠지고 최선희 외무상이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또 다른 대남라인인 리선권 전 통일전선부장의 이름도 포함되지 않았다.
9차 당대회 집행부는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총 39명으로 5년 전 8차 당대회 때와 동일하지만 59%인 23명이 교체됐다. 김성남 당 국제부장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인선은 권력 핵심부의 세대 교체를 단행하는 동시에, 대남 노선 전환 흐름을 반영한 조치로 읽힌다. 최선희 외무상은 북미 관계 등 대외 현안에 관여해온 인물이며, 김성남 국제부장은 중국 등 사회주의권 국가와의 외교를 맡아왔다. 이들의 전면 배치는 남북 소통 대신 대외 외교에 방점이 찍힌 인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후계 구도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주애는 건군절 행사, 금수산 태양 궁전 참배 등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연일 부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김주애가 김 위원장의 현장 시찰을 수행할 때 일부 시책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내는 모습이 포착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김주애가 당대회 부대행사에 등장하거나 별도의 공식 직함을 부여받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는 1980년 6차 당대회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공식화'에 준하는 대대적인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선 김정은 위원장을 수장인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하며 유일 영도 체제를 완성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 구도는 당대회가 아닌 2010년 노동당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공식화됐다.
한편 당대회는 통상 수일간 이어지는 대형 정치 행사다. 6차 당대회는 5일간, 7차 당대회는 4일간, 8차 당대회는 8일간 일정이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36년만인 지난 2016년에 당대회를 부활시켰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당대회는 5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이번 당대회 역시 수일간 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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