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내란죄, 공수처 수사대상 아냐"…재판부, 입장 선회 까닭은?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2.20 15:24  수정 2026.02.20 15:29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서 尹 무기징역 선고

공수처 '내란죄 수사', 적법 판단…"현직 대통령 수사 가능" 판단도

법조계 "지 부장판사, 비판 받는 가운데서도 재판 불출석 등 양형에 반영"

윤석열 전 대통령 ⓒ뉴시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의 구형량인 사형보다는 낮은 수위이지만 사형 못지 않은 엄정한 처벌을 내렸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특히 지귀연 부장판사가 약 1년 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을 당시 판단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에 대해 사실상 180도 바뀐 입장을 밝힌 점과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관련해 수사는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린 점이번 판결에서 가장 핵심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비상계엄 핵심 가담자였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이 선고됐고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에 대해서도 징역 3년~12년이 선고됐다.


공수처 수사권 놓고 "직접 수사 안 되지만 '인지 수사'는 가능"


이번 선고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재판부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는 원칙적으로 고위공직자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 있을 뿐, 고위공직자등의 내란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권한이 없도록 돼 있다"면서도 내란죄가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수사하면서 직접 관련성이 있어 '인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공수처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3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다" 등의 사유를 들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당 결정은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해 3월 결정을 뒤집으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직권남용죄 수사에 대해서도 "재직 중인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헌법 84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대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사진공동취재단
정치인 체포조 운영 인정돼…재판부 "尹도 미필적 인식"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일 밤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점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그러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김 전 장관과 함께 군 투입 계획을 세우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부장관에게 세부적인 계획을 일임하는 등 위와 같은 내용의 임무 부여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보인다"며 "실제로도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가 임박해지자 직접 곽종근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사령관 등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말까지 한 사실은 여러 증거를 통해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이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14명의 구체적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준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고도 밝혔다. 특히 윤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이러한 체포 지시에 대해서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의 김 전 장관의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 "자신은 몰랐다"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일임해 포괄적으로 승인한 점 ▲포고령 자체에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명확하게 두고 있어 체포를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러한 체포 활동이 국회 봉쇄를 통한 국회 무력화라는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목표와 부합하는 점 등을 언급하며 윤 전 대통령이 이를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노상원 수첩' 증거 능력 인정 안 돼…"일부 내용, 사실과 불일치"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실행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 시점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특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증거 능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 등은 그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들은 실제 이루어진 사실과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다"며 "특히 그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한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 및 보관 방법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겨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정황을 만들려고 했다가 여건이 조성되지 않자 장기집권을 위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 마음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다"며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내외적으로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 내란 범죄에 대해 재판부가 엄정한 잣대를 가지고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지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 과정에서는 '피고인 측의 편의를 봐준다' '가볍다' 등의 평가를 받았지만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 등이 결국 양형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양형 사유 및 계엄이 단기간에 끝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양형은 타당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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