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사람을 닮을 필요 없다"… 서울대가 보여준 '현장형 로봇' 방향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2.23 17:46  수정 2026.02.23 22:38

휴머노이드 경쟁 넘어 '촉각·웨어러블' 인간 밀착형 로봇 부상

"AI는 새로운 전기"… 현장 적용성과 사용성 강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로보틱스연구소는 23일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과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제2회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데이(SNU Robotics Day)'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내 20여 개 연구실, 6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포스터 세션과 로봇 전시·시연을 통해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임채현 기자

서울대학교가 로봇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로보틱스 데이'를 열고 인간 밀착형 로봇 연구의 현재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중심으로 쏠렸던 최근 로봇 담론과 달리, 현장에서는 소프트 로봇과 웨어러블 로봇 등 실제 생활과 산업에 적용 가능한 기술들이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로보틱스연구소는 23일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과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제2회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데이(SNU Robotics Day)'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내 20여 개 연구실, 6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포스터 세션과 로봇 전시·시연을 통해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현장에는 기계공학 중심의 전통적 로봇 연구를 넘어 전기·정보공학, 컴퓨터공학, 재료, 바이오, 데이터사이언스, 의류학 등 다양한 전공이 참여했다. 로봇 기술이 특정 학문 영역을 넘어 인공지능(AI), 소재, 인간공학이 결합된 융합 기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로보틱스연구소는 23일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과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제2회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데이(SNU Robotics Day)'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내 20여 개 연구실, 6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포스터 세션과 로봇 전시·시연을 통해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한 연구팀이 웨어러블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임채현 기자
휴머노이드 아닌 '인간을 돕는 로봇'에 집중

최근 글로벌 로봇 산업은 휴머노이드 경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서울대 연구진이 강조한 방향은 달랐다.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교수는 "세계적으로 로봇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휴머노이드만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을 직접 돕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우리의 삶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전시 중 하나는 사람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과 부드러운 소재 기반의 소프트 로봇 연구였다. 그중 '촉각 기반 로봇손'은 단순히 물체를 집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손끝 감각으로 힘을 조절하듯 물체의 변형과 압력을 감지해 잡는 기술이다.


박용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데모 현장에서 "사람 손에는 약 만개 이상의 감각 수용체가 있다. 로봇도 물체를 단순히 잡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얼마나 변형이 일어났는지를 실시간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손에는 힘줄 구조와 힘 센서가 내장돼 있어, 잡는 힘과 변형 정도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카메라 기반 인식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손 내부 센서를 활용해 물체의 물리적 변화를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웨어러블 글러브를 활용한 원격 조작(텔레오퍼레이션) 기술도 공개됐다. 사용자가 장갑을 착용해 손을 움직이면, 해당 동작이 로봇에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박 교수는 "공장이나 병원 등 사람 손이 필요한 환경에서 글러브 기반 제어가 활용될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가 학습되면 점차 자율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로봇 손이 반드시 사람처럼 다섯 손가락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박 교수는 "기능적으로 필요한 구조를 최소화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산업 적용도 용이하다"며 실용성을 강조했다.


미국 UC샌디에이고의 헨릭 크리스텐슨 교수가 2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과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제2회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데이(SNU Robotics Day)'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채현 기자
"AI는 새로운 전기"

오후에 열린 글로벌 로보틱스 포럼에서는 기술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미국 UC샌디에이고의 헨릭 크리스텐슨 교수는 AI 확산이 로봇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는 새로운 전기와 같다(AI is the new electricity). 모든 시스템이 AI를 전제로 재설계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로봇 역시 단순 기계가 아니라 AI 기반 인프라 위에서 작동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특히 사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로봇은 석·박사 연구자를 위한 장비가 아니라 공장 현장 인력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제 산업 확산의 기준은 기술 과시가 아니라 현장 적용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급증하는 휴머노이드 투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형 경쟁보다 실제 산업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초대 연구소장을 맡은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임채현 기자
휴머노이드가 아닌 '현장형 로봇'

이날 행사 전반을 관통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로봇의 미래는 인간을 닮은 외형이 아니라, 인간의 부담을 줄여주는 기능에 있다는 것이다.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로봇의 시대는 인간과 같은 모양의 기계가 보급되는 시기가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지능을 갖춘 기계로 해결하는 시기"라며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사람처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제조업 기반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고령화, 노동력 부족, 산업 안전 등 사회가 직면한 문제 자체가 로봇 기술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서도 "연구실 안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학교는 이날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행사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로봇 연구를 총괄할 '서울대학교 로보틱스연구소(SNU Robotics Institute)'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연구소는 학내 다양한 전공 연구진과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연구 성과를 기술 실증과 산업 적용으로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23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데이 강연 현장. 산학연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임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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