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지원 카드, 포용금융측면서 불법 사금융 축소·가계부채 질 개선 기여
성실차주 역차별·재부실 우려 있어 차등 보상 설계 및 투명 공개가 바람직
성실 상환자에 대한 차등 보상 반영되도록 재설계 시급
ⓒ연합뉴스
재기지원 카드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출시한 정책상품으로, 채무조정(개인회생·파산 등)을 성실히 이행 중인 저신용자에게 제한적 신용 접근성을 부여하는 두 가지 카드이다.
첫째는 '재기지원 후불 교통카드'로서, 현재 연체 없이 채무조정 중인 저신용자에게 체크카드 기반 후불교통 기능을 부여한다.
둘째는 '개인사업자 햇살론 카드'로 신용 하위 50% 개인사업자에게 소액 신용구매를 허용한다.
해당 카드 출시의 정책 배경으로 코로나 이후 급증한 연체·채무조정 차주를 대상으로한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기조가 있다.
특히, 채무조정 차주의 '일상 회복'을 지원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연체 이력과 공공정보 때문에 오랫동안 신용카드 접근이 차단됐던 차주에게 후불교통, 소액 신용구매를 허용함으로써 이동·생계·영업의 기본 인프라를 복원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향후 신용 회복 후 중금리 대출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지향한다.
이는 불법 사금융·현금거래 의존을 줄이고 제도권 내에서 소비·결제를 유도함으로써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즉, 중저신용자에게 최소한의 신용을 허용하면, 고금리·불법 채권에 내몰리는 비율을 낮추고, 향후 건전한 신용 이력 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재기지원 카드는 설계와 운영에 따라 '성실 차주 역차별' 논란과 도덕적 해이 논쟁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내포한다.
이미 신용사면·새출발기금 등에서 ‘끝까지 갚은 사람만 손해보고, 안 갚고 버티면 탕감·지원 받는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이번 재기지원 카드 자격 심사에 있어서도 연체 없이 모든 채무를 상환 완료한 성실차주는 별도 인센티브 없이 그대로 시장 금리·심사 기준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채무조정자에게는 보증·한도·교육을 전제로 해당 지원을 받게 되며, '덜 갚은 사람이 더 많은 정책적 보조를 받는다'는 인식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교통·소액결제에 한정하더라도, 채무조정 이행 중 신규 신용을 허용하는 것은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와 충돌할 여지가 있고, 경기 둔화 시에는 재연체를 가져올 수 있다.
선진국 채무조정 제도는 '성실 이행 인센티브'와 '완납자·성실차주 보상'에 충실하다. 이는 형평성 논란을 완화하려는 정책기조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채무조정은 채권자와의 사적 협상, 법원 주도 파산(3~5년 상환 후 잔여 채무 면책), 그리고 비영리 상담 기관을 통한 신용 회복의 3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미국의 채무조정제도는 성실 상환 시 원금 추가 감면(30~50%), 신용기록의 개선 등 채무에 대한 성실 상환시에 혜택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구조로 설계됐다. 해당 접근은 성실 차주의 역차별 논란을 줄이고 부실차주의 재기 의지를 자연스럽게 북돋우는 방식이다.
영국과 호주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법률로 사전 상담을 의무화한다. 영국은 6주간 채권자 추심을 금지하고, 호주도 3~5년 상환계획을 전제로 상담이 진행된다.
성실 상환 시 자동으로 원금의 20~40%를 경감하고, 신용기록도 삭제해준다. 채무탕감에 대한 대상자 선정 기준(소득·자산·가족수)과 혜택 내역을 정부 웹사이트에 실시간 공개해 '누가 어떤 조건에서 왜 혜택을 받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해당 방식은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상기 선진국 채무탕감 정책의 공통 기조는 연체 차주와 성실 차주간의 '차등형 지원설계'를 통해 역차별 인식을 완화하려는 데 있다.
또한, 정책 설계·운영 정보를 공개하고, 조정·면제 범위와 사유, 성실 상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도화한 점이다.
결론적으로 재기지원 카드는 채무조정자에게 '신용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는 정책 카드이자, 금융사에는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와 성실 이행 인센티브 설계를 전제로 한다면, 불법 사금융 의존 감소, 신용이력 복원, 가계부채 질적 개선 등 여러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성실차주 역차별과 도덕적 해이 논란을 방치한 채 재기지원 카드만 확대한다면, 사회적 수용성을 잃고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재기의 사다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사다리를 지탱하는 토대는 형평성과 책임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기존 성실 상환자에 대한 차별적 인센티브가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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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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