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의무 소각'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재계 "기업 의견 또 배제돼"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2.25 17:23  수정 2026.02.25 17:23

민주당, 3차 상법 개정안 野 반대에도 강행 처리

재계 "기업 부담 늘리는 법안만 추진" 불만 팽배

규제 개선 등 현장 의견 반영한 보완 논의 요청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296인, 재석 176인, 찬성175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계는 "기업 의견이 또다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이 기업 규제 법안들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반면, 기업의 숨통을 틔우는 정책 마련에는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재계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오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킨 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다. 이 경우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장기간 보유해 온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거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국회는 1·2차 상법 개정안을 잇달아 처리한 바 있다.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이사회가 특정 주주나 지배주주 이익이 아닌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2차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 등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수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의 입법이 연속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자본의 비효율적 운용을 개선하고,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총수를 줄여 주당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반면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 등 이른바 '기업 사냥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사주가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사주 소각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기업의 방어 여력을 약화시켜 외부 세력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또 여당이 기업들이 요구해 온 '조건 없는 배임죄 전면 개편' 등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규제 성격의 입법만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 정비는 미루면서 부담을 늘리는 법안만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는 일단 3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업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요청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이번 개정이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M&A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 문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을 위해 기업 실적 확대가 긴요한 만큼, 국회는 경영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며 "경제계도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의 자사주 운용 전략은 상당한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당장 주요 기업들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1·2차 상법 개정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정관 정비에 돌입한다.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감사위원 관련 의결권 제한 강화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경영 자율성과 방어 수단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시장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입법 이후에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보완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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