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법왜곡죄' 위헌 우려에 수정했지만…이번엔 강경파와 대립 촉발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2.26 00:00  수정 2026.02.26 00:00

본회의 상정 직전 돌연 법안 수정

당내 우려에 '위헌 소지' 제거했지만

'강경파' 법사위원, 지도부 책임론 제기

"누더기 법으로 만들어…책임져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 도중 심각히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을 강행하려다가 한발 물러섰다. 당 안팎으로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지도부가 의원총회를 거쳐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위헌 시비를 피하기 위한 조치지만, 원안을 고집한 강경파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중 하나인 법왜곡죄법이 25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하지만 사법시스템을 훼손하는 '악법'이라고 규정한 국민의힘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며 저항에 나섰다. 이에 따라 법안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들의 토론 종결 동의 뒤 표결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이날 상정된 법왜곡죄는 지난 2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원안을 처리하기로 중론을 모았던 안과 다르다. 일부 법 조문 표현이 추상적이거나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위헌 소지 우려가 나오자, 형사 사건에만 적용하고 명확성을 추가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법사위 안은 판사·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왜곡' 행위에 대해서도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 당사자를 유·불리하게 만든 경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임을 알면서도 사용한 경우 △폭행·협박·위계 등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 등 3가지로 규정했다.


법왜곡죄는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킨 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었다. 다만 당내 일부에선 처벌 규정의 명확성이 떨어지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급기야 곽상언 의원 등이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추가적인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역시 법왜곡죄의 구성 요건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으며, 법관의 직무 수행 위축과 고소·고발 남발로 이어져 재판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안팎으로 법왜곡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까지 고심에 들어간 모양새였다. 이미 의원총회를 통해 법사위 안대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자칫 위헌 시비로 사법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 안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중론이 모였고, 현재 그 입장에선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당 지도부는 마지막까지 의원 의견을 듣고 당청, 당정 간 의견 교환과 소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따르면, 지도부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1시간 전 법왜곡죄법을 수정하기로 결정했고 곧바로 의원들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원과 소통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한병도 원내대표가 쟁점에 대해 의견 정리를 하겠다며 거수를 제안하더니 갑자기 당론 결정을 발표했다며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왜곡죄 수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다. 지도부가 법사위원 등 내부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지 않고 당론으로 추진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왜곡죄가 수정되고 당론으로 가는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고, 이 부분은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정된 법안에 대해서도 "누더기 법으로 만든 것"이라며 "민사나 행정 사건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사법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 부분을 외면했다는 것은 문제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또한 "실제로 법왜곡죄의 원조인 독일의 경우, 민사도 처벌한다"며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도 모든 사건을 다 처벌하는 것으로 정리했는데, 오늘 느닷없이 형사로만 줄이겠다면서 당론으로 강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따르면,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법사위원들로 알려졌다. 반면 판사 출신 의원들은 법왜곡죄가 법왜곡 행위 등 판단 기준이 모호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출하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중재에 나서며 당론 추진을 위한 거수 표결을 진행한 것이 당 지도부이다 보니,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론화하는 것은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가 나서서 법사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당내 일부에선 단순히 우려만으로 갑작스럽게 수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수정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수정할 정도로 위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우려하는 부분이 실제로 벌어질 개연성도 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사법개혁을 강력하게 지지한 만큼, 강경파 인사들로선 개혁 추진의 동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일부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강경파 측과 각을 세우게 된 모양새가 됐다. 최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사태로 '반청'(반정청래)계와 갈등에 봉착한 상황에서 당대표 리더십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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