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서 일단 보류된 '사면법 개정안'
민주당 "내란·외환범 사면은 국회 허락받아야"
법조계 "그래도 대통령 고유권한…위헌 여지 有"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영상을 보고 있다. 2026.01.02.ⓒ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내란·외환죄 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 처리를 일단 보류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 이후 입법에 속도를 냈으나, 헌법상 대통령 권한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거세지자 전략적 숙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해당 개정안은 내란·외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대통령이 사면할 수 없도록 하되,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사면을 허용하도록 규정한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 모두 개정안 적용 대상이다.
민주당이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반헌정 범죄의 단죄 완성'에 있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쉽게 사면되던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여권에서 사면이 '정치적 퇴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내란 등 중대 범죄에 한해 국회 동의를 거치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헌법 제79조를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은 사면권을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하위 법률인 사면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의 형량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 성격이 짙어 평등 원칙 위배 소지가 크다는 점도 꼽힌다. 당장 사면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실에서조차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도 사면권의 성격과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사면권 역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행사돼야 하므로 입법적 제한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권한의 본질적 내용을 법률로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다만 개정안이 '예외적 사면 허용' 내용을 담고 있어 위헌성이 짙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법 제79조 1항에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문구가 있는 만큼 입법자가 특정 범죄군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절차적 요건(국회 동의)을 강화하는 것은 가능한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리, 즉 입법형성권의 정당한 행사라는 얘기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사면권은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부가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권력분립의 예외적 권한"이라며 "국회의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두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본질적 권한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어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 원칙에도 반한다고 짚었다.
특히 이미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을 겨냥한 소급 적용 논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존 헌법이 보장한 사면권 행사의 기대이익을 재판 도중 하위 법률로 박탈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따른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가 더 크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했으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대통령 권한 제약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하겠다며 일단 보류했다. 법안이 실제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 당분간 법리적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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