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윤' 반대 75%가 국민을 대표한다는 착각 [기자수첩-정치]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6.02.26 07:00  수정 2026.02.26 07:00

尹 1심 선고' 직후 '윤어게인' 노선 택한 장동혁

의원총회에서는 시간끌기로 당내 비판 쏟아져

전국단위선거서 중요한 것은 '당심' 아닌 '민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요즘 국회에서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6·3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급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있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도 확장'이 아닌 '강성 지지층'으로 더욱 깊이 파고드는 장 대표의 행보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다 못해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 장 대표의 기자회견은 정점을 찍었다. 사법부 판단을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과 함께 '윤어게인'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당 안팎은 충격에 빠졌다. 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장 대표가 선고를 계기로 외연 확장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기대는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존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고 당일 침묵을 택한 데 이어 다음 날 곧바로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전략적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핵심 쟁점 대신 당명 개정 보고와 행정통합 논의가 상당 시간을 차지했고, 사실상 민감한 현안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당내 필리버스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지도부를 향한 당 안팎의 답답함과 분노가 누적됐다는 방증이다.


장 대표 또한 본인만의 합리적인 주장을 갖고 있다. 당 지지층의 약 75%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자신의 노선이 당과 당원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치명적인 착오가 발생한다. 지금은 특정 지지층이 아닌 전국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지층 내부의 의견을 곧바로 국민적 합의로 치환하는 정치적 판단은 현실과의 괴리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내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는 지지층 결집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보수 진영 전체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도층과 무당층의 이탈을 방치한 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전략은 확장보다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설득력 있는 메시지 대신 강경 발언만 반복될수록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은 커지고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당권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강성 지지층과의 결속을 통해 본인의 입지를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특히 중도 확장이 절실한 시점에서 오히려 외연을 좁히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더욱 힘을 얻는다.


만약 이러한 시각이 장 대표에 대한 오해라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를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거를 100일 앞둔 만큼 중도층과 무당층을 향한 분명한 전략과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지층의 요구만을 강조하는 모습만으로는 당의 생존을 위한 정치라는 설명이 앞으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치의 방향이다. 국민을 향한 정치인지, 지지층 내부를 향한 정치인지에 따라 선거의 결과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 지금의 선택이 보수 정당 재건을 위한 전략인지, 아니면 장기적 고립을 자초한 판단인 지는 이번 선거가 분명한 답을 내놓게 될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기자수첩-정치'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