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PU의 질주…HBM 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쥔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2.26 11:27  수정 2026.02.26 11:27

TPU 출하량 전망치 상향에 공급망에 관심 집중

HBM4·HBM4E 선점 경쟁…기술·양산 동시 승부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 ⓒ구글클라우드

구글의 인공지능(AI) 칩 텐서 처리 장치(TPU)에 대한 수요 강세가 예상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이 새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 구글이 엔비디아에 이은 핵심 수요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주도권 경쟁도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26일 대만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구글 TPU의 올해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400만개에서 460만개로 상향 조정했다. 2025년 230만개 대비 약 두 배 확대된 규모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HBM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러한 전망치 상향은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의미한다. 그간 AI 인프라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구축됐다면, 향후에는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ASIC이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TPU와 같은 ASIC은 학습·추론 등 특정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어 변화하는 AI 시대에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범용 GPU 대신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ASIC을 활용하면 전력 효율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HBM 수요의 구조적 증폭으로 직결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구글에 HBM3E를 공급 중이며, HBM4 이후의 시장에서도 공급망 선점을 노리고 있다. HBM4의 경우 삼성전자가 앞서 출하를 공식화했고,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에 착수했으며, 주요 고객사와 최적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구글은 7세대 TPU '아이언우드'에 5세대 HBM(HBM3E)을 탑재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부터는 HBM4와 HBM4E 채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더 공격적인 전략을 채택하기 위해 HBM4를 건너뛰고 HBM4E에 직행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E 개발 속도를 더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속기 수요의 분산도 긍정적 변수다. 엔비디아 경쟁사인 미국 AMD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메타의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6GW 규모 AI 가속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1000억 달러 수준의 계약 규모와 5년의 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HBM 수요처는 한층 다변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AMD의 주력 AI 가속기인 MI350 시리즈에 HBM3E 12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가속기 공급원이 분산될수록 HBM의 수요처는 넓어지고, 한국 메모리의 협상력은 강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처가 다양해지는 건 메모리 업계에 희소식"이라면서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모두 한국 기업들이 우세한 만큼 향후 ASIC 시장에서도 선점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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