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윤곽에 조선업 셈법 복잡…브리지 수혜 vs 현지화 부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2.26 12:05  수정 2026.02.26 12:05

초도물량 국내 건조 길 열려...·LNG 발주 기대

1500억 달러 투자 재확인…수익성 관리 관건

존스법 개정·미국산 선박 비율 확대 추진 변수

지난해 7월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필리십야드 4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미국 해양 행동계획(MAP)’을 통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세부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초기 수주 기회와 현지화 압박이 동시에 부각되는 양상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마스가의 성패는 미국 내 생산 기반 구축의 실효성과 관련 법·제도 정비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 조선사들이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현지 투자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느냐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계획의 중심에는 ‘브리지 전략’이 있다. 다수 선박을 발주할 경우 초기 물량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이후 미국 조선소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통해 생산을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대형 상선 건조 역량이 제한적인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국내 조선소에는 초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북미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LNG 운반선과 중형 유류운반선 등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선종을 중심으로 수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전략상선대 확대를 언급한 가운데 일정 기간 해외 건조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소의 역할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MAP는 미국 내 조선소 인수나 지분 투자 등 현지화를 전제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까지 최소 1500억 달러(약 214조원) 규모의 미국 조선산업 전용 투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확정한 1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 조선사와의 협력 사업이 확대될 전망이지만 인수 비용 상승과 고임금, 생산성 개선 부담을 감안하면 수익성 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미국의 존스법(상선)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군함) 등 ‘미국 내 건조’ 원칙을 규정한 기존 법체계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관련 법 개정이나 이에 준하는 행정 조치가 마련돼야 군함과 전략상선 시장 참여가 본격화될 수 있다. 입법 절차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실행 속도는 변수다.


해운·수출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MAP에는 외국 건조 상업용 선박에 대해 수입 화물 중량 1㎏당 1~25센트의 ‘보편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과, 캐나다·멕시코를 통한 우회 경로에 ‘육상 항만 유지세’를 적용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민간 컨테이너 시장에서 미국산 선박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한국 해운사의 운임 경쟁력과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 비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략상선대에 필요한 선박은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부와 한화그룹 필리조선소에서 건조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외국 건조 선박에 대한 보편적 요금 부과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 조선소도 포함돼 중국 조선사 견제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기대감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역시 관건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행 화물의 일정 비율을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미국 해양 우선요건(USMPR)’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소의 초기 수요를 보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보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초기 물량 확보 자체는 기회지만, 결국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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