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공관위원장 지속해서 "현역 용퇴하라"
'현역 단체장 전대 참석 여부 감점'에 논란 커져
당안팎선 "대놓고 현역 단체장 죽이기 아니냐"
장동혁과 대립 세운 "오세훈 겨냥한 것" 분석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 등이 지난달 23일 오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3 지방선거가 9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천 작업에서 뚜렷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일부 후보를 단수 공천하거나 경선 일정을 결정하면서 빠른 선거 대비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국민의힘 내에선 계파 갈등에 이어 '현역 단체장 용퇴'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4일 인천시장 후보자로 인천 연수갑 3선 박찬대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 김이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의원은 2009년 평당원으로 입당해 민주당의 든든한 기둥으로 성장했다"며 "당을 위해 헌신해온 박 의원이 인천을 위한 적임자로 모자람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6·3 지선에 나설 후보를 단수 공천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민주당 공관위는 지난달 27일 우상호 전 청와대 정부수석을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로 단수 공천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월 18일 정무수석직에서 사퇴한 후 강원지사 출마를 준비해왔다.
경선 일정도 순조롭다. 민주당 공관위는 지난 2일 서울시장, 경기지사, 울산시장,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 4곳 지역의 본선 후보를 경선으로 정하기로 했다. 또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추가 공모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는 아직 공모를 하지 않은 전재수 의원에 대한 출마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제스쳐로 풀이된다.
행정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지역에 대해서도 심사가 진행됐으나, 통합 여부가 확정된 이후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세종·전북·제주 등 아직 경선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지역들에 대한 대한 공천 심사도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 주까지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선 후보 공천을 결선 가능성을 포함해 4월 20일 전에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단수공천을 받은 후보도 없고, 경선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장동혁 지도부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선'을 원칙으로 삼고 단수공천은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발언과 공관위가 발표하는 경선 기준들로 인해 잡음이 발생하고 있단 점이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지금 현실은 당과 나라가 극도로 어려운데도 현직들은 너도나도 출마를 고민한다"며 "현직 시·도지사들 가운데는 당 지지율보다 경쟁력이 낮은데도 아무 고민 없이 다시 나오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공관위 첫 회의에서부터 '현역 불출마'를 촉구하는 발언을 꺼냈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멈추지 않고 이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공천 심사 이전에, 공고 이전에, 새로운 인재와 시대를 위해 스스로 길을 열어주는 결단,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책임의 모습이라고 믿는다"며 "정치는 자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을 때 완성된다"고 재차 현역 불출마를 종용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을 향해 "직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라"며 "단수공천을 당연하게 기대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같은 이 위원장의 현역 불출마 종용 발언은 현역 지자체장에 대한 '감점'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지난 3일 발표한 공천 기준 중 '현역 단체장에 한해 최근 4년간 전당대회 미참석자'에게 감점을 주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감점은 △2회 불참시 -1점 △3회 불참시 -2점 △4회 불참시 -3점 등으로 세분화돼 적용된다.
최근 4년(2022~2026년) 국민의힘이 치른 전당대회는 총 4차례(2023년 김기현 대표·2024년 한동훈 대표·2025년 대선 후보 선출·2025년 장동혁 대표)다. 4차례 밖에 되지 않는 전당대회 참석 여부를 점수로 매기겠다는 건 사실상 '현직 죽이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자체 단체장은 공무원이다. 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려면 공가를 내고 참석해야 한다"며 "지역 일정도 있고 행정적인 업무도 있는데 어떻게 현직 지자체장이 매번 참석하겠느냐. 이정현 위원장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직 시·도지사 중 4차례의 전당대회에 모두 참석한 인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기준을 내세운 것이 장동혁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장 대표가 오 시장의 전당대회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점에 착안해 '오세훈 컷오프'를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서울시당위원장을 잘라 공천을 좌우하겠다고 한데 이어 이런 기준을 내세운 건 사실상 '오세훈 죽이기'나 다름 없다"며 "이건 사실상 지선 승리는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내에선 이 같은 '현역 때리기'가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현역한테 용퇴를 요청한 데 이어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내세운 게 사실상 현역들을 다 떨어뜨리고 '당권파'를 공천하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라며 "이번 발표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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