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장비 하도급 분쟁으로 공정위 조사 착수
임단협 결렬…노조 쟁의권 확보에 파업 변수
중동 리스크에 시총도 대거 증발
화성 산업단지 인근에서 출근하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모습.ⓒ데일리안DB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고 주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가 대외 규제 리스크와 내부 노사 갈등이 동시에 불거지며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 5G 통신장비 협력사와의 거래를 둘러싼 하도급 분쟁으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협상도 결렬되며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와 미국 5G 장비용 케이블 납품업체 A사 간 거래 과정에서 부당한 위탁 취소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분쟁은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사업과 관련된 협력사 거래에서 비롯됐다. A사는 삼성전자의 납기 요구에 맞추기 위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이전했지만 이후 발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쟁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 절차로 이어졌고,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공정위 조사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특정 업체에 공장 이전이나 설비 투자를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발주 물량 감소 역시 고객사 주문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는 다양한 업체에서 케이블을 구매하기에 A사에 공장 이전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외부 조사와 동시에 내부 노사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와 회사 측의 임금·단체협상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사실상 결렬됐다. 노조는 조정 중지 이후 쟁의권 확보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조정이 중단됐다는 의미로, 향후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 여부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일부 사업부에만 과도한 보상이 집중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하반기 초과이익분배금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노조도 성과급 체계 개편을 요구해 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연봉의 최대 50% 범위에서 지급하고 있으며,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다만 EVA 산정 방식의 세부 계산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노조 측은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영업이익 중심의 산정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OPI 산정 방식과 관련해 기존 EVA 기준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 가운데 직원이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OPI 상한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향후 투자 재원 확보와 사업부 간 보상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대신 성과가 높은 사업부에는 OPI를 추가 지급하는 특별 보상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임금 인상률 6.2% ▲전직원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연봉 상한(샐러리캡) 상향 ▲최대 5억원 규모의 주택 대부 지원 등의 보상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가 OPI 상한 폐지를 계속 요구하면서 협상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임직원들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사측 제안이 파격적이라는 평가지만, 노조 측에서는 "영업익 10%를 나누는 경쟁사에 비해 차이가 난다"며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이는 삼성전자 역사상 두번째 파업이 된다. 회사는 지난 2024년 7월 창립 이후 최초 파업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사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투자와 연구개발이 제때 이뤄져야하는데 성과급으로 과도한 재원이 유출될 경우 미래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 라인이 잠시라도 멈추면 공정 중인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생산 차질이 곧바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확산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20만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단기간에 급락하며 시가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삼성전자 시총은 이달 들어서만 약 262조원 상당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조사와 노사 갈등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나 규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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