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 연속 흑자 쓴 한국 경상수지…변수 '중동 리스크'에 상승세 꺾이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06 15:08  수정 2026.03.06 15:27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에

전쟁 길어지면 유가 오르고

환율·물가 연쇄 충격 불가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시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IT 수출 호조에 힘입어 3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전망을 놓고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견고하지만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동 정세 불안이 경상수지 흑자 폭을 제약하고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향후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32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로 보면 역대 5위에 해당하며,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51억7000만 달러로, 흑자 규모 면에서 역대 3위를 보였다.


수출은 655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0.0% 급증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 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설 연휴가 2월로 이동하면서 조업일수가 늘어난 점이 수출액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입은 503억4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7.0% 늘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본재(21.6%)와 소비재(27.4%) 수입이 크게 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긍정적인 경상수지 성적에도 불구하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로 등장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의 경상수지 호조는 반도체 수출의 강력한 회복세와 원유 수입단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흐름과는 달리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후 국제 유가가 치솟는 모습이다.


실제 현지시간 5일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01달러로 전장보다 8.51% 상승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가 핵심이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유가가 급등하면 원유 수입액 증가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운송 차질로 인한 운임비 상승이 서비스 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호조 흐름이 단숨에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호르무즈 긴장 고조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분쟁 기간이 길지 않은 경우 유가가 일시 상승 후 하락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장기화될 경우 수급 불안으로 유가나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글로벌 경제 여건을 악화시키고 수출 둔화 등 상품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리스크는 단순히 수지에만 머물지 않고 물가와 환율, 소비심리에 연쇄 충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평균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은 약 0.1%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4%p 상승하는 압력이 발생한다.


만약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면 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물가는 1.1%p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약 260억 달러나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 역시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3월에는 중동 상황에 영향받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측면에서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낮은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하방 요인이지만, 결국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유가 상승이 원화 가치 하락과 무역수지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 원유 수입단가가 상승하며 한국의 교역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당초 예상 경로보다 높아지며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됨에 따라 국제유가와 환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고, 유가 상승은 수입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 폭 축소로 이어져 원화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향후 한 달간의 추이가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줄 미 지상군 투입의 경우 초기 변동성은 극에 달하겠지만,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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