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양수도 부산’ 구상 속 이전 논의 촉각
사외이사 선임 후 정관 변경 시나리오 관측
노조 총파업·법적 대응 경고...업계 파장 우려
HMM의 컨테이너 선박ⓒHMM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해양수도 부산’ 구상의 핵심 과제로 HMM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HMM 육상노동조합은 총파업과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기 주총은 이달 26일 예정돼 있다. 사내·외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등 통상 안건과 함께 본사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이사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HMM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정관에 명시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해야 한다. 정관 변경은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5.4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08%)의 지분을 고려할 때 안건이 상정될 경우 통과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두 기관은 정부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노조 반발이 거센 만큼 이번 정기 주총에서 본사 이전 안건이 직접 상정되기보다는 사전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향후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앞서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HMM 대주주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우호적인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해 본사 이전을 위한 사전 작업을 마칠 가능성이 있다”며 “4월 이사회에서 본사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하고 5월 임시주총에서 확정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이미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로, 오는 11일부터 출근 선전전에 돌입하고 26일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2일에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조합원 총회와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노사 합의 없이 본사 이전이 추진될 경우 이사들에 대한 배임 혐의 고소와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 측은 본사 이전이 직원들의 주거와 교육, 생활 기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협의와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졸속 추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물류·금융 기능을 집적해 글로벌 해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해운사 본사의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말 부산으로 이전한 데 이어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도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했다.
HMM 이전 역시 정책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수부 이전과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며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 후보자도 “해양 수도 전략과 해양 산업 경쟁력 전략의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큰 틀 안에서 공공기관 이전 문제와 HMM 이전이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경영 판단 지연과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HMM은 국내 수출입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국적 선사인 만큼 내부 갈등이 확대될 경우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해운업계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 안정성과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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