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다는 말뿐"…의료사고 2년, 방치된 가족의 시간 [의료사고 그 후①]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3.10 06:00  수정 2026.03.10 06:00

척추측만증 수술 후 폐렴 치료 중 예기치 못한 사고

50분간 16차례 기도 삽관 시도…저산소증으로 뇌손상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가족의 호소



의료사고를 둘러싼 제도와 책임 문제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단체는 사고 이후 진실 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반면, 의료계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의료현장의 위축과 특정 진료 분야 기피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사고 이후 대응 과정의 현실을 짚어보고, 환자 보호와 의료현장 안정의 제도적 쟁점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의료사고 피해자의 어머니인 류선씨가 지난해 8월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환자샤우팅카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선씨 제공


“아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물어도 돌아오는 답변은 ‘최선을 다했습니다’라는 말뿐이에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 단골 멘트더라고요.”


의료사고 피해자인 김주희(18) 양의 어머니 류선 씨는 지난달 20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024년 11월 척추측만증 치료를 위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김 양은 지금까지 45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다. 수술 후 폐렴이 발생해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가족의 설명이다.


김 양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몸을 뒤척이다 잠결에 손으로 기도 삽관 튜브를 뽑았다. 보호자 측은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손을 고정해야 하지만 당시 병원에서 묶어둔 천이 느슨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이후 의료진은 다시 기도 확보에 나섰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류 씨에 따르면 의료진은 약 50분 동안 총 16차례에 걸쳐 기도 삽관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의무기록에는 ‘목구멍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좁고 기도 확보가 어렵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지만, 이런 환자의 특성이 처치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 씨는 “아이는 원래 선천적 척추측만으로 기도가 좁고 확보가 어려운 환자이고, 중환자실에서도 그런 특수성이 공유된 상태였다”며 “그런데도 3명의 의사가 50분 동안 삽관을 반복했다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뒤늦게 기관 절개를 시행했지만 결국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의료진과의 소통 부재…설명이 필요한 가족

사고 이후 가족이 가장 힘들게 느낀 부분은 의료진과의 소통이었다. 수술 부작용에 대한 사전 설명으로 폐렴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사고 당시 왜 그런 판단과 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류 씨는 “당시 담당 의사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의료적으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줄 정도의 성의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어떤 판단이 있었고 어떤 대안이 검토됐으며 왜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아이가 왜 이런 상태가 됐는지를 알아야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는데, 그 최소한의 설명조차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왼쪽)와 류선씨가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을 방문해 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를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서와 직접 쓴 서한(손 편지)를 전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고 이후 그는 김 양을 곁에서 돌볼 수 있도록 일반 병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류 씨는 “중환자실에서는 간호가 이뤄지더라도 구조적으로 기계적일 수밖에 없다”며 “욕창 등으로 부모가 옆에서 자세 변경을 자주 해주고 계속 만져주면 아이도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측에서 권유한 것은 요양병원 전원이었다. 병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것. 이에 가족은 직접 여러 요양병원을 알아봤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류 씨는 “요양병원은 환자 한 명당 정해진 비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관리가 많이 필요한 환자는 제대로 돌봄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아이 상태에서는 사실상 방치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것은 도저히 선택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의료사고 피해자의 현실

사고가 발생한 지 400일이 넘는 동안 가족의 삶도 크게 달라졌다. 소송 준비부터 폐쇄회로(CC)TV 확보까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법적 대응을 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 씨는 “막상 의료사고를 겪고 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병원비 부담은 물론이고 법과 의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알아가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막상 피해자가 되면 너무 무방비 상태라는 걸 느끼게 된다”며 “이 사건이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 양은 산소 요구량이 증가하고 상태가 불안정해지면서 일반 병실로 옮기기 어려운 상태다. 가족 역시 지금은 중환자실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특히 류 씨는 “최근 병원 내부에서 주희 관련 다학제 회의도 열린 것으로 들었다”며 환자 상태에 대한 의료진 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해봤지만 조치는 더뎠다. 인터뷰 당시 류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병원 측 자료 제출이 계속 미뤄지면서 인권위 조사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후 가족이 여러 차례 확인한 끝에 병원 측 답변은 지난 2월 23일자로 인권위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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