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1470원으로 개장…전날 장중 1499원 도달하기도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 조짐…韓산업계 파장 예의주시
지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하며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국내 전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는 고환율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호재로 여겨졌으나,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 구조에서는 수혜와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1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위협하며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1470.8원으로 개장했으나, 전쟁 발발 직전 1420원 선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던 흐름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셈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촉발된 중동 긴장이 환율 상승 흐름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CBS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the war is very complete)이라고 생각한다"고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는 곧바로 국영방송에서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미국이 아닌) 우리"라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전자업계는 환율 상승이 가져오는 양면적 경우의 수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기업들은 단기 실적 측면에서 환율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원가 부담이 커지며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가전 사업의 경우 TV와 생활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패널, 반도체, 각종 부품과 핵심 원재료인 구리, 알루미늄, 철강 등은 상당수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비 가격도 달러 기준으로 움직이는 만큼 원가 상승 압력이 거세다. 생산 거점을 세계 각지로 다변화한 상황에서 투자와 운용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달러 강세가 일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결제 대금이 주로 달러로 이루어지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환산 매출이 커지면서 실적이 즉각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단위로 증가하는 구조다.
그러나 제조 원가 및 장비 도입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대부분을 수입해오면서 지불해야 하는 달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일례로 첨단 칩 제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대당 가격이 2억 달러(2900억원)에 달해 환율에 따라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특히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고환율로 현지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테일러시와 인디애나주에 각각 대규모 파운드리 및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고환율은 현지 건설비와 인건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높여 투자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업계는 환율이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변수까지 겹치며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호재라는 인식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화되면서 옛말이 된거 같다"며 "리스크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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