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용자성 인정 쟁점…구조조정도 쟁의 대상 가능
경영계 "경영상 판단까지 노사 갈등 영역으로 확대 우려"
기업들, 당분간 상황 지켜보면서 대응 방향 마련 분위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간접고용 실태와 원청 교섭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진짜사장 교섭 쟁취 투쟁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10일 본격 시행됐다. 하도급 노조가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노사관계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경영상 판단이 노사 갈등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고 불법 파업에 대한 억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온 경영계는 일단 시행 첫날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개념 등을 규정한 제2조와 노조 활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및 배상 책임을 다룬 제3조 개정으로 구성된다.
제2조 개정에 따라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됐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 한정됐던 범위가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포함하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나 공장 증설 등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동반될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제3조에서는 노조 활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 규정이 강화됐다.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뿐 아니라 선전전·피케팅 등 노조법에 따른 정당한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응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새롭게 포함됐다.
정부가 6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 개정법 해석 지침과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 등을 마련했지만 경영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노조가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교섭 의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법 시행과 동시에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전국 약 900개 사업장에서 약 14만명 규모의 조합원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별로는 공공운수노조 2만1000명, 서비스연맹 1만8000명, 민주일반연맹 3만명, 건설산업연맹 6만명, 금속노조 약 7000명 등이다. 간접고용 노동자 약 14만 명이 속한 8개 산별노조는 이미 교섭 요구 공고를 냈거나 공문 발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하청노조가 원청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인 실력 행사로 회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계는 원청 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았지만 개별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제도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현장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향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나 대·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을 점검하고 공정한 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노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검토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대상 등이 실제 분쟁 과정에서 어떻게 해석될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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