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 케이블, 규제 족쇄 풀어달라"...업계 '네거티브 전환·방발기금 인하' 촉구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3.10 13:48  수정 2026.03.10 13:54

30년 전 포지티브 규제에 발 묶여 자생력 상실…3개월 내 ‘특단 대책’ 마련해야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10일 열린 케이블TV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케이블TV 업계가 고사(枯死) 직전인 산업을 살리려면 규제를 현행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한다고 10일 밝혔다. 현행 방송법은 허용된 사업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연간 1000억원을 투자해 지역 뉴스, 선거 방송 등 공적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적정 마진 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만큼 정부의 '특단적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케이블TV 정책 간담회에서 업계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율 완화(1.5→1.3%), 기금 감경 구조 형평성 제고,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SO(유료방송)가 연간 600여편 정도의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이 체제를 유지하려면 현재와 같은 수익 구조로는 어려워 정부 주도의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국 케이블TV SO(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산업의 구조적 붕괴를 경고하며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급격한 수익성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SO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2014년 약 2조3000억원에서 2024년 1조5000억원으로 3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00억원에서 148억원으로 무려 97% 폭락했다. 19.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10년 새 0.99%까지 추락하며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무너진 셈이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규제 패러다임 전환 ▲유료방송 지속성 확보 ▲홈쇼핑 송출수수료–콘텐츠 대가 재원 균형 확보 가능한 수준의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 마련▲가입자 보호 체계와 연동한 케이블TV 출구전략 등을 포괄하는 정부 주도의 '정책연구반'을 즉각 구성하고, 3개월 내 정책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방발기금 1.3% 하향은 생존 위한 최소치

케이블업계는 케이블산업이 위기 상황임에도 블랙아웃(송출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거듭 요청했다. 한국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블랙아웃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기존 방식의 재검토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방발기금 징수율을 현행 1.5%에서 1.3%로 낮출 것을 촉구했다. 현행 방발기금 제도는 방송사업매출액의 1.5%를 일괄 징수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케이블TV SO의 영업이익률이 방발기금 징수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사업자들의 기금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과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1.3%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관할 부처가)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로 이관됐고 이에 대해 다시 설명했다"면서 "방미통위에서는 논의하겠다 정도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0.8% 수준까지 내려가야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 측에서 1.3%라도 반영해준다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금 감경에 있어 지역 지상파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유사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지역 지상파의 경우 방송광고 매출액 구간, 매출액 감소분, 당기순손익 규모에 따라 기금을 감경받지만 SO에 대한 감경 조치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2024년 지역 지상파 실질징수율은 0.23% 수준이었으나 같은 해 SO 실질 징수율 1.49%에 달해 지역 지상파 대비 6.5배 차이를 보였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는 "과거 30년 전 태동 당시 적용된 규제가 남아 있다. 현재의 시스템이 반복되면 케이블산업은 힘들어 질 것"이라며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정책 재검토를 요청했다.


네거티브 전환으로 OTT·IPTV와 대등한 경쟁 결단해야

케이블업계는 케이블산업이 다양한 사업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비규제 사업자와 경쟁하려면 혁신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규제 패러다임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것이 큰 규제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방미통위가 검토중인 통합법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 출범한 방미통위가 유료방송에 규제 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OTT, IPTV 도입으로 어려움이 커졌다.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진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가 컨트롤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콘텐츠 사업자와의 불합리한 협상 구조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임성훈 LG헬로비전 상무는 "정부는 다양성을 이유로 상품의 자율성을 주지 않았다"면서 "상품 차별성이 없다 보니 요금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플랫폼의 콘텐츠와 자율 협상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편성권을 쓸 수 없다. 살 수 없는 상품을 사지 않을 자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례로 일부 MPP(대형 방송채널사업자)가 채널 수를 늘리고 중복 편성을 하더라도 케이블업계는 그 '끼워팔기'를 감수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김덕일 딜라이브 대표는 "원가를 컨트롤 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며 "사기업은 적정 마진이 필요한데, 지금의 수준이 적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지역 중소 SO 업계도 자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기현 JCN울산중앙방송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광역·기초의원 등 후보자 500여 명이 우리 스튜디오에서 연설 방송을 제작했다"며 "녹화부터 편집, 본방송까지 열흘간 전 직원이 밤을 새워 작업했음에도 우리 회사 가치를 알리는 일이기에 '축제 기간'으로 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지역 밀착형 정보 전달은 오직 지역 SO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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