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팟캐스트 확산은 플랫폼 전략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현장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개인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브이로그나 정보 중심 영상 대신, 대화와 생각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비디오 팟캐스트 형식으로 풀어내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momo hwang 채널 캡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콘텐츠 제작자 모모 황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오디오 팟캐스트 '모란의 삶'의 '시차 있는 수다'를 운영하는 동시에, 유튜브 채널에서는 비디오 팟캐스트 '인터넷 프렌즈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질문과 감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모모 황이 자신의 콘텐츠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단어는 '이해'다.
"나와 아주 다르거나 멀다고 느낀 것들,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관계들, 매일 느끼지만 무어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작업합니다. 이해를 통해 우리가 개인의 문제를 구조로 확장해서 보고, 그 구조 안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 존재하는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가 만들고 있는 콘텐츠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입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콘텐츠의 주제에서도 드러난다. '어쩌면 우리는 게으른 게 아닐지도 몰라', '왜 틱톡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을까 – 인스타그램이 만든 완벽함의 환상', '지적 허영과 힙스터, 우리가 붙이는 프레임의 정체', '인플루언서는 왜 바뀌고 있을까 – 셀러브리티 문화 이후의 트렌드' 등 개인의 감정과 온라인 문화, 사회적 인식을 함께 다루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또 '대화가 안 통했던 진짜 이유(신경다양성)', '유명한 예술가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우리는 왜 특별해지고 싶으면서도 트렌드를 따를까', '왜 어떤 사람들은 대화가 아니라 이기려고 할까' 같은 주제에서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관계를 분석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은 단편적이거나 이분법적 측면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어린 친구들이나, 소수자 정체성에 속하는 사람들이나, 고립을 느끼는 소외된 사람들처럼, 사회가 정의하는 '정답 같은 삶'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분별력 있게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이에 '정답', '획일화'와 궤를 달리하는 '관점',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팟캐스트 형식을 고르게 됐다.
혼자 진행하며 담론을 형성하는 비디오 팟캐스트 외에도, 그는 친구와 함께 보다 일상적이고 밀접한 고민을 나누는 오디오 팟캐스트 '모란의 삶'을 통해 소통의 보폭을 넓혔다.
"좋은 스펙을 가졌지만, 구직에 실패하여 6개월째 백수로 지내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프로필이 제가 콘텐츠를 통해 닿고 싶은 사람의 유형이자, 저와 함께 이 이야기들을 해나갈 수 있는 적절한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제가 친구에게 모란의 삶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프라보다 더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다루는 '모란의 삶'의 '시차 있는 수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시청자가 화면을 계속 응시하지 않아도 되는 '백그라운드 콘텐츠'의 성격을 갖는다. 제작자로서 모모 황 역시 이러한 소비 방식을 인지하면서도, 굳이 영상이라는 옷을 입히는 이유로 '밀도 높은 연결감'을 꼽는다.
"시각적 자료가 있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비디오 팟캐스트 형식을 제작할 때 내용 관련 이미지를 첨부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무런 시각적 자료 없이 귀로만 청취했을 때 이해가 쉽고 듣기 편안한가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구독자분들이 제 비디오 팟캐스트를 백그라운드 콘텐츠로 틀어두신다는 것은 저에게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합니다. 또 제 입장에서 비디오가 아닌 오디오로만 제작하는 방식이 작업 측면에서 훨씬 편안하고 효율적이지만, 그럼에도 제가 비디오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구독자와의 관계성, 밀도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말하는 누군가를 지켜보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마치 한 공간에서 함께 대화를 나눌 때와 비슷한 감정, 느낌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오디오와 비디오라는 두 가지 형식을 운영하며 플랫폼과 시청자 층에 따른 유의미한 반응의 차이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영상이라는 시각적 매개체는 제작자와 시청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그는 말한다.
"인터넷 프렌즈 라디오를 처음 기획할 때 고려했던 시청자 층은 저보다 어리거나 또는 저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연령대의 시청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들과 비디오 팟캐스트가 가진 강점들이 더해져, 콘텐츠 제작자와 시청자 사이의 친밀감과 신뢰가 매우 빠르게 형성되는 편입니다. 반면 오디오 팟캐스트는 비디오와 비교했을 때 시청자층 평균 연령대가 좀 더 높은 편이고, 반응 자체도 느리고 더딘 편입니다. 목소리 뒤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모호해서, 서사와 신뢰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콘텐츠를 지탱하는 통찰은 일상적인 소셜미디어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패턴을 관찰하며 그는 새로운 소재를 길어 올린다.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 그리고 그 콘텐츠에 달리는 댓글, 그 댓글창 안에 달리는 리댓글들이 모두 저의 소재가 됩니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유독 이 주제를 많이 이야기하는지, 이 의견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반대 의견의 주장은 무엇이고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 등 타인의 생각과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 그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과 상황, 반복되는 패턴 모두 저의 소재와 인사이트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댓글에서 굉장히 논리적으로 정반대의 의견을 주장하는 토론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러한 유형의 댓글이 많이 달리는 외국 콘텐츠를 주로 봅니다. 그 외 소재를 얻기 위해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꾸준히 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경험해 본 제작자로서, 그는 오디오와 비디오가 가진 고유한 매력을 상황에 맞게 조율하며 시청자에게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팟캐스트 외에도 브이로그 채널을 함께 운영하며 두 형식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활용하고 있다.
"비디오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기 때문에 제 관점을 설명하고 전달하기에도, 시청자가 그것을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오디오는 모든 이미지가 시청자의 상상 또는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자유로운 상상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저는 팟캐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특정 문화를 먼저 상상하게 만들고, 그 후 브이로그를 통해 실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구독자분들이 상상과 실제를 비교해보는 경험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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